세월
버지니아 울프 지음 / 대흥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외식을 하러 나온 사람들은 마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가면서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질 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달이 떠올랐다. 달은 반짝이는 동전처럼, 이따금 조각구름에 의해 흐려지기는 하지만, 고요히, 엄격하게, 거의 완벽한 냉담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서치라이트의 불빛처럼 천천히 돌아 움직여서 이윽고 날이 가고 주가 가고 해가 갔다. (10)

"올 것이 왔어."
델리아가 혼잣말을 했다.
"올 것이 왔다구!"
이상한 안도감과 흥분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거실과 다른 방을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피했다. 그들은 서로 너무나도 닮았다.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그들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거리를 내다보며 창가에 서 있었다. 밖에는 소낙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리는 온통 비에 젖어 있었다. (44)

그녀가 원하는 게 뭐지? 마론 부인은 그림을 보지 않으면서 시선은 그것들에 던진 채 자문했다. 내가 저애 나이였을 때는......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오늘 같은 봄날 저녁에 요크셔의 집에 앉아 있던 것을 그녀는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가. 그녀는 수마일 떨어진 길에서 나는 말발굽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침실 창문을 차올리고 정원의 어두운 관목들을 내다보면서 "이것이 인생인가!"하고 소리치던 일을 그녀는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에는 눈이 내렸다. 그녀는 아직도 정원의 나무에서 눈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옥스포드에서의 생활에는 모든 것의 한가운데 키티가 있었다.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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