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다시 돌아온 부엌.

사는 게 녹록치 않지만 머리 싸매고 인상 쓴다고 안 될일이 될까.

급할수록 편하게 가자. 시간은 언제나 있다. 새로운 요리 만들면서 머리 좀 식히기.

오늘은 보쌈김치.

 

맨 처음 한식조리사 메뉴 훓어볼 때부터 마음에 남았던 이 메뉴.

생김이 복스럽고 진짜 한식스럽다.

잠깐 서치했더니 개성 쪽 음식이라고.

음... 개성이 음식이 좋은 게 많군.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좀 망설여졌지만 낙지 이런 애는 빼고 있는 것으로 가자.

식재료가 궁할수록 단정하게라도 보여야 해.

특히 한식은 식재료의 크기를 비슷하게 맞춰주는 것이 중요해. 안 그러면 음식 지저분해 보여.

보쌈김치에서 기억할 사이즈는 삼센치. 뭐든 삼센치로 통일.

 

늘 엄마 보조나 했지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나 혼자 김치 담는 것은 처음. 

그런데! 대충 따라하다보니 어느새 김치 냄새가 나~ 김치 모양이 나~  

 

김치란 음식 자체가 재료 준비하는 정성을 보는 것 같아.

재료 준비만 또박또박 하고 잘 섞어 주면

그 다음엔 식재료가 져들끼리 알아서 얽히고 설키며 맛을 만들어내니,

알고 보면 어려운 음식은 아니네.   

 

늘 '내 손은 곰손'이라고 믿었건만 오늘따라 배추 입사귀 돌돌 마는 것도 그럴 듯하게 됨. 

아무래도 내가 잘 하는 게 아니라 이 메뉴의 난이도가 원래 下인 것 같음.

무슨 상관? 음식 잘 나왔으면 되었지. 

 

참, 알고 보니 한식조리사의 보쌈김치는 완전 '건식'은 아니고 半물김치 식이다.

직접 해봐야만 알게 되는 이런 디테일들로 삶은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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