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읽다, 독일 세계를 읽다
리처드 로드 지음, 박선주 옮김 / 가지출판사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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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사소한 지적을 하면:

  • p.246에 오자 있고요: '아게GA' > AG로
  • 독일어 음이 '다르게'가 아니라 '틀리게' 적혀 있는 것이 몇 개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독일의 많은 지역에서 주민 이동이 잦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인은 여전히 자신이 사는 지방에 대한 충성심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많은 독일인이 자신이 속한 지방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다음에야 조국을 인식한다. 일례로 프로이센 느낌이 나는 것은 무엇이든 의심하는 바이에른 사람들에 관한 수많은 농담에 어느 정도 진실이 실려 있다. 스위스와 독일 사이 국경 어딘가에는 ‘자유국가 바이에른…’이라고 크게 쓴 팻말 아래쪽에 ‘독일 연방공화국…’이라는 글자가 거의 눈에 뜨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적혀 있다. (31)

많은 독일인 지인과 동료, 학생들이 미국인이나 아시아인과 대화할 때 그리 편하지 않다고 내게 고백했다. 왜 그럴까? 독일 친구들은 그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인과 아시아인은 모두 비판하기를 너무 조심스러워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진실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편인데, 독일인은 그런 것을 전혀 미덕으로 보지 않는다. 당신의 느낌과 감정을 표현할 때는 미묘한 주제일지라도 수사적으로 완곡한 꾸밈말을 버리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
독일인이 이처럼 극도로 솔직한 이유는, 자신들이 남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모른다. 북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독일인은 신뢰감을 주고 싶어 한다. 이런 성향의 차이 때문에 독일인은 스스로 실수를 저지르거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63)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많은 독일인은 형사법원의 지나친 관대함도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이나 유대계 독일인을 살해한 몇몇 사건이나 신나치주의 관련 평결을 보면 확실히 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많은 판결과 관련한 독일 법원의 특징 또한 그 자체로 독일 역사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나치 시대의 법정의 악랄함과 독단적 성격으로 크게 비난 받았을 게 분명한 독일 판사들은, 피고의 권리를 보호하고 범인의 동기를 이해하며 어떤 판결도 부당하거나 가혹하다고 평가받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그 결과 1949년 서독 기본법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 (76)

내가 관심 있는 가격대를 말하자 중개인은 그 가격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집들의 목록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집들에 ‘외국인 사절…’이라는 험악한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집이 사실상 다 막혀 있다고 투덜대자 중개인은 서둘러 나를 안심시켰다. "오, 걱정 마세요.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당신 같은 외국인을 말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때 나는 이 나라에서 편협하게 사용하는 ‘외국인’이라는 말이 특별히 비 북유럽계 외국인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이 내가 편향된 독일인이 집착하는 악독한 서열을 알게 된 계기이다. (88)

독일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자신감 표현이다. 독일 사회는 자신감과 통제력,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보상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몇몇 동양 문화권에서처럼 경의의 표시로 시선을 아래로 두는 것을 독일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파트너는 당신의 약점을 감지하고 짓밟으려 할 공산이 크다(물론 비유적이지만 독일에서는 이 비유가 뼈저리게 느껴질 것이다.) 독일 사람들과 별 탈 없이 잘 지내려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봐라. 사람들을 만나면 힘차게 악수하라. 기운 없이 악수하면 내면이 약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107)

이 영역에도 독일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지적했듯이 각 나라는 그만의 경제적 악몽을 가지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 인플레이션이다(1924년 독일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기억하는가?). 그 결과 독일 정부와 중앙은행인 독일연방은행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매우 엄격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정책이 개별 은행까지 내려와 고객의 돈을 포함한 모든 돈의 자금의 흐름을 통제한다. (136)

전자 제품이나 고가 상품을 살 때, 은행 계좌를 열거나 건강보험을 들 때, 심지어 알맞은 치약이나 냄새제거제를 고를 때 뭐가 좋은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사람이 도움 받을 곳이 있다. 놀라울 정도로 폭넓은 물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무료 조언을 해주는 소비자연합회…가 그것인데, 거의 대부분 시내에 센터를 두고 있다. 여기에 가면 방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140)

독일인은 애완동물을 무척 사랑한다. 어떤 독일인이 아내나 자녀를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처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는 매우 모범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의 독일인이 애완동물을 아끼는 만큼 누군가를 대우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최상의 대우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153)

프랑스 페이스트리나 이탈리아 빵 또는 케이크의 지긋지긋한 과장 광고는 잊어라. 독일인이야말로 제과류에 관한 한 이론의 여지없이 세계 달인이다. 주재료가 밀가루 반죽이고 오븐에서 익히는 한, 제과류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오븐에서라야 제대로 구워진다.
독일 빵은 흰 빵에서부터 흑빵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맛이 훌륭하다. 부드러운 질감을 내기 위해 부풀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씹히고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촉 역시 다양하고 특별하다.
…… 독일에 와서까지 옛 습관에 따라 슈퍼마켓에서 흰 토스트식빵을 고른다면 독일에서 추방당해 마땅하다! (175)

독일에 공식 등록된 페르아인은 30만 개가 넘으며 결성 목적은 대부분 스포츠이다. 사실 독일의 수많은 스포츠 애호가들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방법은 오르지 페르아인을 통하는 길뿐이다. 물론 스포츠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진 페르아인도 있다. 아마추어 연극, 카드 게임, 영어로 대화 나누기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 공부 및 소수민족 문화 장려, 정치 또는 문화 토론, 사격, 우표 수집, 애완동물 키우기 등 주제도 무척 다양하다. 독일에 오면 당신이 원하는 종류의 페르아인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5)

크나이펜 문화에서도 독일 특유의 구획 짓기 원칙이 작용한다. 대부분의 술집에는 나름의 단골 고객층이 형성되어 있어서 그와 다른 부류의 외부인은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가령 주변에 있는 술집을 보면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고객들이 모이는 곳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특정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술집,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드는 술집, 그리고 그 지역 주민만 갈 수 있는 극히 배타적인 동네 술집(szene, …)도 있다. 아, 물론 가장 배타적인 술집은 신나치주의자들이 모이는 장소인데,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는 그런 곳에 다닐 사람이 없을 줄로 안다. (208)

독일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수가 최근에 약 20퍼센트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 나라의 전설적인 사회적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초석의 하나이다.
독일 경제의 기본 원칙은 모든 경제 집단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다. 과거 전쟁이 끝난 뒤의 독일은 나라를 재건하고 사회를 다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모든 집단의 완전한 협력이 필요했다. 실제로 폐허와 같았던 패전국 독일을 경제 대국으로 변화시킨 기적은 이 원칙에서 나왔으며, 이런 원칙이 없었다면 독일의 경제 기적도 없었을 것이다. (234)

독일에서 취업하거나 사업을 하려면 업무 시간을 한두 시간 앞당기는 것 외에도 그 시간에 쉬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독일 사회와 마찬가지로 독일 비즈니스 업계에도 나름의 특성이 있다. 당신이 ‘어쨌든 만족하는’ 직장을 가진 다수에 속하느냐 마느냐는 이런 특성에 적응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관계 중심적인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와 달리 독일 문화는 완전히 업무 중심적이다. 이런 경향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업무 성과에 비해 관계는 중요도가 한참 떨어진다. (242)

다행히, 독일 은행의 좋은 점도 있다. 독일 은행은 재정 지원이나 조언 이상을 제공한다. 은행은 당신의 사업 분야에 대해 광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잘만 하면 관청 등 주요 거래처들과의 접촉을 주선해 줄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독일 은행에 회사 설립의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독일 은행은 다른 나라 은행들보다 비즈니스계에 더 깊이 관여하는데, 실제로 요청만 한다면 독일 은행에서 적절한 경영자 및 주요 요원을 찾는 일까지 도와줄 것이다. (247)

독일 비즈니스계는 저맥락 문화…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 필요가 없다. 게다가 독일인은 확실히 시간을 중시하므로 예비 단계가 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농담을 최소화하고 ‘곧장 사업 얘기로 들어가기’를 원할 것이며, 이야기가 본론에서 벗어나 질질 끌리는 듯 보이면 당신의 말을 끊고 "중심 주제에서 벗어났습니다"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니 부디 이런 단계까지는 가지 마라. … 가령 상대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린다거나 발을 격렬히 흔든다거나 고개를 힘 있게 끄덕인다면 아직 당신에게서 가치 있는 얘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행동은 언제나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심지어는 ‘그만둡시다’를 의미한다. (256)

생일 선물은 생일 전에 주지 않는다. 만약 그날 줄 수 없다면 다음날에 주는 것이 좋다(독일에서는 생일 전에 선물을 주는 것은 불운을 부른다고 생각한다.).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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