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 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 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28)
지금 그들은 죽고 없다. 어머니도, 오빠들도. 추억을 더듬어 보기에도 너무 늦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예전에 그들을 사랑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들에게서 떠나 버렸다. 이제 내 기억 속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는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길게. 이렇게 장황하게. 그녀는 술술 풀리는 글이 되었다. (38)
나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말해 주었다. 자신 안에 본질적인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음을 그는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그를 위해 이야기해 주었다. (55)
두 여자 모두 자신들이 지닌 몸의 기질 때문에 나쁜 평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인이 애무하고 키스를 퍼부었던 몸은 치욕스럽게도, 죽어 버리고 싶을 정도의 희열에 내맡겨진 것이다. 두 여자 모두 입속으로 되뇐다. 그런 죽을 것만 같은 희열은 사랑이 없는 연인들에게는 신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문제는 바로 이 죽어 버리고 싶은 기질이다. 바로 이 기질이 그녀들에게서, 그 여자들의 침실에서 새어 나온다. 그 죽음은 너무나 강렬하여 도시에, 개간지에, 도청 소재지에, 환영 파티에, 중앙 행정지의 무도회장에까지 알려지고야 마는 것이다. (108)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들을 알려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불멸성은 유한한 것이고, 불명성도 죽을 수 있으며, 그리고 그런 사건이 일어났고,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불멸성은, 결코, 불멸성으로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절대적인 이원성이다. 그것은 세부적인 것에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근원 속에서만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멸성의 존재를 품을 수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하는 줄을 모르고 있다는 조건에서이다. 마찬가지로,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내면에서 그 불멸성의 존재를 간파해 낼 수 있는데, 그것도 똑같은 조건에서, 즉 그들이 그럴 능력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고서이다. 이런 불멸성이 살아 있을 때에만, 삶은 불멸의 것이 된다. (125)
그리고 그 순간,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쇼팽의 음악이 큰 소리로 울려 퍼졌을 때,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다. 음악은 어두운 여객선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갔다. 무엇과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하늘의 지시처럼, 뜻을 알 수 없는 신의 명령처럼, 그 음악은 울려 퍼졌다. 소녀는 일어섰다. 마치 이번에는 자기가 달려가 자살하려는 것처럼, 바다에 몸을 던지려는 것처럼. 그리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콜링의 그 남자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현듯 예전에 자신이 콜링의 남자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런 종류의 사랑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제 그는 모래 속에 스며든 물처럼 이야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이제야, 쇼팽의 음악이 큰 소리로 퍼지는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겨우 다시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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