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그녀가 말하더군요.
`정히 그렇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눈물병이 필요하겠네.`
그러곤 제게 자기 술병을 건네주면서 말했어요.
`전에는 임자가 이걸 입에 대는 것을 나 자신도 허락하지 않아 만류했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구려. 자, 마시구려. 마음속의 불을 꺼야지.`
저는 말했지요.
`마시고 싶지 않아요`
`이런 바보 같은 사람. 누군들 처음부터 마시고 싶어 마셨겠수. 임자에겐 정말 쓰디쓴 슬픔이겠지. 하지만 이 독은 임자의 슬픔보다 더 쓰다우. 이 독으로 불을 끄는 거야. 그러면 마시자나마 나아질 거유. 어서 마시구려. 어서!`
저는 단숨에 그 눈물병을 다 마셔버렸답니다. (136)
반면 피멘은 그와 정반대로 아주 세련된 사람이었지요. 언제나 모양내기를 좋아했고, 또 말은 얼마나 기가 막히게 둘러대는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그는 약간 경솔한 데가 있었고 귀가 얇은 편이었지요. 그리고 마로이가 나이 칠십이 넘은 노인이었던 데 비해, 피멘은 우아한 충년이었습니다. 가운데에 가르마를 잘 탄 곱슬머리에, 짙은 눈썹하며, 건장한 얼굴색이 한마디로 벨리알과 같은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바로 이 두 개의 그릇 속에 우리가 마셔야만 했던 쓰디쓴 술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