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좋은 하루라고 느끼며 일할 준비를 하면서도 아직 일에 착수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신기한 시간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는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녀의 마음은 흥얼흥얼 노래를 읊조린다. 오늘 아침 그녀는 혼미함을 극복하고, 말하자면 막힌 파이프를 뚫고 황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제2의 자아를, 혹은 조금 더 순수한 자아를 느낄 수 있다. ...... 생기를 북돋우는 이 세상의 신비들을 인지하는 것이 내적 능력인데, 그녀가 매우 운이 좋을 때는 그런 능력을 빌려 곧장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녀는 그런 상태에서의 글쓰기를 가장 만족스럽게 여기지만, 그에 접근하는 행운은 아무 예고도 없이 왔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녀는 펜을 집어들고 종이 위를 움직이는 펜에 손을 내맡길 것이다. (54)
그를 조금만 더 알게 되면, 그에게 그대란 존재는 그 자신이 비극과 희극을 엮어내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능력으로 창조해낸, 본질적으로 허구인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도 그 허구의 인물은 그대의 진정한 본질이 아니라, 리처드 자신이 극단적이고 당당한 인물들이 사는 세상에 살 필요가 있어서 만들어낸 그런 인물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구상된 서사시 속의 한 존재가 되어 그의 삶과 열정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로 남느니, 차라리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클래리사를 포함한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그가 불어 넣어주는 `과장의 느낌`을 즐기다가 결국, 그 느낌에 의지하여 살게 된다. 아침에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서 커피 한잔을 마시거나 밤에 정신을 흐리게 하려고 한두잔의 술에 의존하듯. (89)
"솔직히 말해 딱 한 가지를 빼고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정말로 나는 당신에 대해서, 우리 둘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 내 말 알겠어? 우리가 꾸리고 있는 삶과 우리가 가졌을지도 모르는 삶에 대한 모든 것을 쓰고 싶었어. 우리가 죽을 때 선택할지 모르는 모든 방식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고." (97)
버지니아는 클래리사 댈러웨이에게 하녀들을 다루는 탁월한 솜씨를, 친절하면서도 위엄 있는 태도를 부여할 것이다. 클래리사 댈러웨이의 하녀들은 그녀를 사랑할 거야. 그들은 그녀가 주문하는 것 이상을 해낼 거야. (124)
클래리사는 이 모든 것을 다 잘 알면서도 그것들로부터 멀찍이 서 있다. 그녀는 자신의 귀신의 존재를 느낀다. 도저히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더없이 흐릿한 그녀의 한 부분을, 아무 것도 갖지 않은 그녀의 한 부분을, 그리고 한 줄로 늘어선 노란색 항아리들과 빵 한 조각 달랑 놓여 있는 조리대, 그리고 물 한 방울이 가늘게 떨다가 무게를 얻어 떨어지는 크롬 수도꼭지를 박물관을 찾은 여행자처럼 경외감과 초연함으로 관찰할 수 있는 그녀의 한 부분을 느끼는 것이다. (129)
엔젤리카가 여전히 풀을 뽑느라 바삐 움직이면서 대답한다. 앤젤리카와 장미 정원으로 향하기 전에 버지니아는 한동안 바네사의 손을 잡은 채 서서 아이들을, 마치 그 아이들이 뛰어들든지 말든지 해야 하는 물이 가득한 수영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성취라고 버지니아는 생각한다. 이야기 속의 값싼 실험들이 낡은 사진들이나 가장복...들, 그리고 할머니가 마음속으로 창조해낸 풍경을 그린 도자기 접시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뒤에도 이런 일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165)
문을 열어주고 거의 현기증을 느낄 만큼 부푼 기대감을 달래며 현관으로 나간다. 너무도 강렬하고 독특한 그 감정은 다른 상황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어서 그녀의 언젠가 그 감정의 이름을 그냥 루이스의 이름을 따서 짓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그냥 루이스 감정이다. 헌신과 죄의식, 매력과 무대 공포증 같은 요소,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희망이 그 감정을 관통하여 흐른다. 루이스가 나타날 때면 언제나 그가 매우 반가운 뉴스 한 토막을, 그것도 너무나 훌륭해서 그 범위나 심지어 정확한 본질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그런 뉴스를 들고 올 것 같다. (172)
그녀는 공포...에 질렸다. 아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그녀는 누워보려고 몇 분 동안 애를 썼다. 책을 읽어보려고도 노력했지만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이와 케이크, 그리고 키티와 나눈 키스로 인해 힘이 다 소진된 듯 공허한 기분을 느끼면서 두 손으로 책을 잡고 침대에 누웠다. 차양을 내리고 침대 머리맡의 등을 켜고 책을 읽으려 애쓰면서 침대에 누웠을 때, 그녀는 이게 사람들이 미친다고 하는 그것인가 하고 궁금해졌다. 이런 식으로 상상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발광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할 때면 그녀는 비명과 울부짖음, 환각을 떠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미치는 것에도 다른 길이, 훨씬 더 조용한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감각이 무디고 절망적인데다 기운마저 없는 나머지, 슬픔같이 강렬한 감정조차 위안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방식 말이다. (196)
그래도 그녀는 삶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기쁘다(그녀가 돌연히 알게 된다). 가능한 모든 선택을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는, 그리고 어떤 두려움이나 교활함도 없이 그대의 모든 선택을 고려해보는 행위에는 커다란 위안이 담겨 있다. 그녀는 버지니아 울프를, 순결하고 불안하고 일상의 삶과 예술의 불가능한 요구 사이에서 좌절감을 느낀 울프를 상상해본다. 버지니아 울프가 주머니에 돌을 넣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걸음걸이를 상상해본다. 로라는 계속해서 자신의 배를 문지른다. 그것은 아마 호텔에 투숙하는 일만큼이나 쉬울 수도 있어, 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사실 그것은 호텔 투숙보다 더 간단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211)
한편 클래리사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기꾼, 넌 내 딸은 속였지만 나를 속이지는 못해. 침략자는 척 보면 알아. 돈을 호기 있게 쓰는 것 따위에 대해서도 훤하게 알아. 그건 어렵지 않지. 만약이 네가 큰 소리로 몇 시간 동안 외친다면 군중들은 그 소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모여들 거야. 군중들의 심리란 게 원래 그런 거니까. 하지만 그들은 오래 머물지 않아. 네가 그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동기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너는 더없이 공격적이고, 권력을 키우고자 애쓰는 대부분의 남자들 못지않게 저질이야. 너의 시절은 왔다가 이내 사라지고 말 거라고. (224)
샐리와 클래리사는 서로의 애정에 인색하지 않다. 물론 그런 애정이 좋지만, 지금 샐리는 집에 가서 그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달콤함과 편안함뿐 아니라 열정을 훨씬 초월하는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죽은 모든 사람과 관계있으며, 그것은 또한 형용하기 어려운 행운과 코앞으로 닥쳐오는 통렬한 상실에 대한 그녀의 예감과도 관계가 있다. 클래리사에게 어떤 일이라도 닥친다면, 샐리의 삶은 계속되겠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절대 정상일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환희뿐만 아니라 환희의 다른 반쪽인 끊임없는 두려움과도 관계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견딜 수 있어도 클래리사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254)
"그녀를 기억해? 당신의 또 다른 당신 말이야. 그녀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이 몸이 그 여자야. 내가 그 여자라고. 나한테는 당신이 안쪽으로 몸을 거둬들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제발 그렇게 해, 응?" (273)
그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이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저 머리를 살짝 그의 등에 대어볼 뿐이다. 만약 말을 걸 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가 어떻게 하여 창작에 대한 용기를 잃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거센 비난에도 어떻게 남다른 사랑을 할 용기를 가졌는지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할 것이다. 아울러 그녀 자신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사랑했고, 정말로 무지무지 사랑했으면서도 삼십 년도 더 전에 어느 길모퉁이에서 그를 떠나야 했던(그리고 사실 그 외에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이 달리 뭐가 있었을까?) 사연에 대해 그에게 말하고 싶다. (280)
그녀는 비교적 일상적인 삶...을 향한 욕망에 대해, 그리고 그가 그녀의 파티에 나타나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헌신을 보여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에 대해서도 고백하고 싶어진다. 결국엔 그가 목숨을 버리는 날이 되고 말 바로 그날에도 그의 입술에 키스하기를 주저하고, 혼자 마음속으로는 오직 그의 건강을 위해서 그렇게 했노라고 위로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용서를 빌고 싶다. (280)
몇몇 사람은 창에서 뛰어내리거나 스스로 물에 빠지거나 알약을 삼킨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대부분의 절대 다수는 서서히 어떤 질병에 먹히거나, 아니면 아주 행운아라면 세월에 먹힌다. 위로 삼을 것이라곤 아주 간혹 우리의 삶이 아주 뜻밖에도 활짝 피어나면서 우리가 상상해왔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그런 시간들이 있다는 점이다. 비록 아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그리고 심지어 어린이들까지도) 이런 시간 뒤에는 불가피하게 그보다 훨씬 더 암울하고 어려운 다른 시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은 도시를, 그리고 아침을 마음에 품는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더 많은 것을 희망한다.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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