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백에서 일본은 열강의 세력 블록화 추세에 힘입어 영국과 동맹 체제를 형성하고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면서 이 지역의 `중심`으로 상승하려고 했다. 그러한 일본의 지향을 미국도 지원하였다. 미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서 상업적 이익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일본은 타이완에 이어 조선을 병합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1931년에는 중국 동부 지방을 분리시켜 `만주국`을 세워 제국의 판도를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계속 중국 내륙으로 세력을 확대해들어감에 따라 영미와의 대립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일본이 선택한 길은 불안정한 `중심 없는 동아시아`를 바꿔 지역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구미의 식민지 지배 타파와 아시아 여러 민족의 해방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통 시대 중화 세계를 대체한 대일본 제국의 자급자족 경제 질서...를 창출하고자 했다. 이것이 동아시아의 기존 질서를 바꾸려 한 결과였지만, 세계 체제의 중심-주변 구조 자체를 변혁하는 발전 전략이 아닌, `유사 중심`의 길이었다 하겠다.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