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혹시 아이는 어머니의 공격성을 이전부터 알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나는 공격성에 대한 아이의 낮은 한계점이 가정 내에 드리운 폭력의 그림자에 의해 더욱 낮아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 게토와 유대인 대학살을 피해 도망친 부모의 아이들은 분노와 폭력 앞에 놓인 유대인의 운명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전지전능하고 분노와 양심을 품으며 변덕이 심한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모세...로부터 아이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대를 거쳐 내려온 것이기도 했다. 그 결과 유대인들은 선택받은 민족이지만 온 세상에 흩어져 살게 되면서 잠재적으로 늘 폭력적인 이교도들에게 무방비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샘의 가족들은 유대인이 살지 않는 마을로 이사를 함으로써 그들의 운명에 도전했다. 이 가족은 불안하기는 해도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이교도 이웃들 틈에서 별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운명을 내적 현실로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40)
이와 같은 통찰을 바탕으로 4부에서는 산업화라는 변화를 겪고 있는 미국, 독일 그리고 러시아에서의 아동기의 끝과 성인기의 시작에 대해 몇 가지 측면을 살펴볼 것이다. 이는 우리가 수행하는 연구에 역사적 근거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가 비이성적인 공포라는 무기로 유년기를 계속 착취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합리적인 질서 속에서 어른과 아이의 관계가 동반자의 지위로 격상되도록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59)
쾌락 추구의 에너지인 리비도는, 아동기가 끝나고 성기기...에 이르러서야 성적...으로 바뀐다는 것이 프로이트 이전 시대의 공식적이며 과학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성숙한 성기기의 성적 특성은 유아기 성적 발달의 최종적인 결과물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전(前)성기기적 특성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한 강박신경증 환자는 겉으로는 반(反)항문기적인 것 같지만, 프로이트가 보기에는 가학적 항문기...라는 유아의 성적 특성 단계에 무의식적으로 고착되어 있거나 아니면 부분적으로 퇴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76)
......
그렇다면 중독이든 아니면 우울이나 억압의 문제이든,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사람들은 유아기의 모든 단계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며, 이러한 유아기의 원형에 맞서 완강하게, 그러나 부질없이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