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과의 대화 - 혁신을 꿈꾼 재벌 정치가, 전 태국 총리
톰 플레이트 & 탁신 친나왓 지음, 김이숙 옮김 / 끌리는책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그렇다 해도 다시 시작하라면 또 시작할 겁니다. 내일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들이 또다시 저를 추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저도 다시 맞설 거고, 고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만일 그들이 또다시 그런 일을 한다면 저는 또 싸울 것이고, 그리고 돌아갈 겁니다."
그가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48)

"정치 발전은 자체의 논리를 갖고 있다. 새로운 사회집단이 기존 정치 체제에 수용되지 못한 채로 경제 및 사회의 근대화가 정치 발전을 앞질렀을 때 정치 쇠퇴가 일어났다." (49)

탁신이 극적으로 정계에 등장하기 전까지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태국 국왕의 전매특허였다. 그것은 일종의 불교적 자비 행위 같은 것이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가난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려는 왕실의 노력은 거룩한 전통이 되었다. 그러한 노력은 가난을 해결해주지는 못했으나 가난의 고통을 어느 정도는 덜어주었고, 실제로 국왕과 백성 사이에 감정적 유대감을 강화시켰다.
......
탁신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 그의 정책은 가난한 사람이 자력으로 밥벌이를 시작하는 것, 즉 생선 포장 일처럼 계속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하도록 훈련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었다. (54)

그 노력이 전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수도권 이외의 광범위한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태국인에게는 믿을 만하고 칭찬할 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바로 그 노력은 한 가지, 어쩌면 유일한 정치적 결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결점은 크고 중요했다. 그것은 적어도 왕실의 일부 고위층이 생각하기에, 현실에 바탕을 둔 이 정치인을 가난한 사람의 애정을 얻기 위한 경쟁자로 여겨지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세속의 억만장자가 마치 국왕의 텃밭에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55)

과잉성취자가 대개 그렇듯이 그는 끊임없이 전진하는 상황을 지속하려 한다. 긴장을 푸는 것조차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적 망명 상황에 놓일 만큼 중요한 인물에게는 역사가 별안간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탁신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태국에 있는 지지자들과 통화함으로써, 죽을만큼이나 심각한 운명은 피해왔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에 그가 공적인 정치 인생을 포기했더라면 그의 반대파는 더 관대하게 굴며 덜 보복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을지도 모른다. (110)

"럭비 팀이라면 소유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나아요!"
이 말을 끝으로 그가 미소를 짓는다.
하나 이상의 `접촉` 스포츠에서--축구만이 아니라 정치에서도--그는 다시 저지르고 싶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나 관중석에 지켜보는 사람이 아주 많은 상황에서. (117)

`그 크루통은 그가 여전히 자신의 외모에 대해 초조해하며...... 아직도 대중과 카메라에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는 심적 확신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그는 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굳힌 것이다! 그래서 그 크루통을 남긴 것이다. 마치 복부의 살이, 그리고 정치 경력의 나쁜 기억이 흉했다는 듯이.`
이 남자의 깊은 심중에 어떤 야망이 불타고 있는지를 이보다 더 잘 알려줄 증거가 있을까? 의지력만으로 그곳에 이를 수 있다면, 그는 그를 추방했던 나라로 분명코 돌아갈 것이다. (128)

"사업에는 모두가 존중하는 분명한 게임의 규칙이 있지만, 정치에서는, 특히 의사민주주의... 나라에서는 그 규칙이 존중받지 못했고, 심판도 결코 공정하지 못했지요."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탁신이 웃음 지으며 말을 잇는다,
"누가 총리가 되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태국의 정치 체제는 현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부패했어요. 저에게 일어난 일, 그러니까 그들이 정치적으로 저를 위협했던 방식을 생각하면 맥이 빠지지요, 저보다 더 똑똑하거나 더 부지런한 사람이라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겁니다." (152)

"리콴유 고문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했나요?"
"그분이 그랬어요. `땅콩을 주면, 원숭이를 얻는다!(보수가 적으면 멍청한 일꾼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옮긴이)`" (166)

"그러나 사회는 어떤 세대에서도 단순히 스스로를 재창출하지는 못한다. 세계화가 실제로 얼마나 통합했는지 과장하기는 쉽다. 사회의 관성은 아직 대단히 크다." (182)

사실 그는 전부터 유엔 총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단에 오르는 모습을 꿈꿔왔다. 태국 역사상 최대 득표로 재선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이제 세계적인 포럼에 참석하여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였다. ...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깨닫기도 전에 요란하게 붕괴될 수 있다. 그리고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탁신은 자신을 위해 너무 높게 날고 있었다. 그리고 종종 원한이 깊은 정적의 뜨거워진 얼굴을 향해 정통으로 날아오르기도 했다. 그러므로 크나큰 자부심을 안고 유엔에서 고공비행하는 그 모든 거물들과 더불어 최대한 높이 날고 있는 바로 그 때에 적들이 그를 끌어내릴 기회를 잡았다고 하는 편이 아마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202)

"오늘은 이쯤에서 중단해야 할 것 같군요. 두 시간이 거의 다 지났습니다. 이번 대화는 상당히 치열했지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는 쳐다보았다.
`뭐가 잘못되었나?`
잠시 후 그가 물었다.
"점심을 드시고 가실 수는 없겠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는 외로운 남자, 많은 면에서 고립된 망명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였다. 휴대전화를 아무리 여러 대 가지고 있더라도....... (220)

탁신은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에 놀란 눈치다. 쁘렘에 관한 이런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가 진정으로 깊이 미워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나를 완전히 놀라게 했다.
"저는 그의 개인적인 생활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활은 제게 흥미를 주지 못해요."
얕보는 투의 낄낄대는 웃음도 웃지 않고...... 흥미롭다! (264)

"그게 태국 문화의 약점입니다. 태국인은 상관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부정적인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상관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어떠한 부정적인 일에 대해서도, 혹은 어떤 종류의 부정적인 논평도...... 그들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270)

"법과 질서의 억압적 집행 방식은 최후의 선택일 뿐이죠.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믿음이 있고, 이데올로기가 있어요. 그러니 그들이 반드시 우리와 비슷해야 한다거나, 실제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반영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가능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요. 법과 질서의 억압적 집행 대신에요. 그들이 저와 제 지지자를 억누르기 위해 법과 질서를 사용할수록... 그들은 더 심하게 정도를 벗어났고, 정말로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됐어요." (282)

미래에는 단지 결과를 얻으려 하기보다 좀 더 지각 있게 행동할 겁니다. 과거에는 일을 너무 빠르게 진행했고, 너무 급하게 바꾸려 했어요. 저는 결과를 급히 원하는 사람입니다. 그걸 알지 못하고 많은 지배층의 심기를 상하게 했어요.
태국의 문화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특히 방콕 지배층의 문화에 말이죠. 그들은 확실히 의례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의 체면을 살려주고,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되죠. 제가 태국으로 돌아가면, 그런 것을 주의해야 할 겁니다.
저는 대하기 아주 편한 사람이에요. ... 심기를 건드렸다고 결코 죽이고 싶어 하진 않아요. ... 하지만 저는 정말로 많은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들은 집단적으로 화가 나서 저를 제거했어요.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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