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나는 이처럼 기술의 미묘한 모순과 이 모순에 따르는 커다란 결과를 다루고자 한다. 즉, 기술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 기술 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이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떠한 혼란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알아보겠다. (13)
우리는 어릴 적 생물 수업 시간에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우고, 윤리 수업 시간에는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배운다. 하지만 컴퓨터 수업 때에는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지만 배우지 컴퓨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배우지 않는다. (43)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지만, 나는 어떤 기술이 언제 좋고 언제 나쁜지, 그것을 먼저 알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43)
"좋은 때는 정보 통신 기술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안 좋을 때는 정보 통신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어 버린다." (32)
즉 사람이 기술로부터 얻는 것은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이는 당연해 보이지만, 그동안 기술사회학 관련 문헌에서는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다. (62)
"사회를 해방시키려거든 그들에게 인터넷을 주면 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상주의의 전형적인 표현이다. 기술로 굶주림을 끓어 냈던 스타트렉처럼 고님은 인터넷으로 독재정치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혁명에 직접 가담한 사람이 그렇게 말을 했는데, 이 말을 반박하면 무례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육에서 기술을 과대 선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적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은 면밀히 살펴보면 맞지 않다. (67)
일찍이 1996년, 즉 구글이 나오기 2년 전이자 페이스북이 나오기 8년 전이었을 때, ... 현재의 현상을 예측했었다. 두 사람은 "인터넷 사용자는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과는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는 반면, 비슷한 가치와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상호작용을 하려고 한다"고 기록했다. 두 사람은 이러한 현상을 `사이버발칸화...`라고 불렀고, 심리학자들은 이를 관심이 있는 자극에만 노출되려는 `선택적 노출...`라고 불렀다. 온라인 한편에서는 백인우월자들을 볼 수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히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인터넷을 초월한다. 미국인 모두가 월터 크롱카이트... 앵커가 나오는 방송에 채널을 맞추고 똑같은 뉴스를 듣던 시대는 지났다. 사이버발칸화가 위험한 이유는 사람들이 점차 급진적인 성향을 띠면서 인내심이 사라지고 자신의 가치과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다. (87)
저비용 기술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 이유는 디지털 격차가 어떤 격차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기 때문이다. 증폭의 법칙에서 볼 때, 기술은 가교가 아니라 기중기이다. 이미 있던 격차는 기술 때문에 더 벌어지고 있다. (90)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수동적으로 의도하는 것이므로 원치 않았던 결과에 잘못이 있는 것이다. 즉, 의도하지 않은 결과란 없다.
각주36) 새로운 기술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일이다. 따라서 그 결과를 예측하고 감시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일종의 소극적인 의도가 된다. (329)
실행자는 패키지 개입을 실행하는 개인과 기관이다. 실행자는 기술을 설치하고 운영한다. 또한 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하며, 정책을 변경하고 발표하며 집행한다. 그리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제하며 관리한다. 실행자가 필수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실행자의 진가를 좀처럼 알아보지 못한다. 그라민은행 직원보다는 유누스 같은 리더만 인정받거나, 천연두 백신을 투여하는 의료계 종사자보다는 백신을 발견한 에드워드 제너...가 인정받거나, 타흐리르 광장에 있던 이름 모를 시위자보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와엘 고님이 인정받는다. 당사자들을 모두 호명해야 한다면 개입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할 수 없겠지만, 실행자를 간과하면 훌륭한 개입마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또한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또 다른 특성이다. (117)
세 번째 이유는 잘못된 구현이다. 한 문장으로 로시는 사람들이 오늘날 소위 `예비시험 열병pilotitis`으로 불리는 이유는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이것은 사회 프로그램이 예비시험 단계에서 잘되는 것처럼 보여도 대규모로 확대되면 실패한다는 것을 뜻한다. 로시는 "기량이 뛰어나고 헌신적인 사람이 소규모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YOAA...를 평상시처럼 덜 뛰어난 사람과 덜 헌신적인 사람에게 일을 시켜 운영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썼다. 즉, 예비시험은 보통 막대한 재능과 동기부여로 성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무관심한 관려에게 넘어가면 그것은 실패하게 된다. 즉, 사회 프로그램의 성패는 프로그램 설계가 아니라 실행자에 달려 있다. (121)
물론 기술은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예컨대 투표로 시민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고, 소액신용대출로 생계를 넉넉하게 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가 항상 `그렇게 될 것이다`는 아니다. 현대사회는 기술 중심의 장치에 집착하고 있지만, 작동 스위치 위에는 사람의 손가락이 있으며, 조종부에는 사람의 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압축 포장된 미봉책에 쉽게 반할까? 이유를 알면서도 왜 그것을 진정한 해법이라고 내세울까? 이러한 원인은 심오하며 오랫동안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125)
그러나 탐스는 한술 더 떠서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회사의 주목적이 자선인 것처럼 오해하게 하여 사람들의 선의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자신이 과거에 좋을 일을 했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무관심을 정당화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도덕적 자기 허용moral self-licensing`이라 부른다. 따라서 탐스의 많은 고개들은 보다 가치 있는 활동을 아껴서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는 나이키에서 신발을 샀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 무엇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회적 자기 허용이 광범위해지는 것이다. 탐스와 같이 자신의 활동을 크게 선전하다 보면, 우리 사회가 계몽된 소비주의로써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빠질 수 있다. (144) ...... 사회적 기업으로 진정한 사회 변화를 달성하는 것은 비영리단체보다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과대 선전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즈니스의 성공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혼동하고 있다. (145)
우선 이 개념들은 모두 측정을 맹목적으로 숭배한다. ...... 따라서 백신 주입이든, 노트북 지급이든, 대출금 지급이든, 투표든지 간에 패키지 개입이 인기 있는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측정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측정은 발전 정도를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다른 중요한 가치를 보지 못하고 측정 가능한 것만 우선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우리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알아도 휴대전화로 얼마나 유익한 통화를 하는지는 모른다. 우리는 투표자 수는 알아도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쓸지는 모른다. 언젠가 이런 무형의 것들도 계량화될지는 모르나, 그때 가서도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격언에도 있듯이 `측정 가능한 것이라고 해서 모두 중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해서 모두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52)
2009년 ... 그는 "우리 모두 확신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걸 재조명하고 재건해야만 한다. 개발 방식과 사회 모델과 더불어 우리가 원하는 문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현대사회가 처해 있는 심각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명확히 지적했다. 우리에게는 발전에 대한 정의와 방향성에 대한 보다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 계몽주의는 본래 몬적을 달성했고, 기술 중심적인 가치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계속해서 이것들에 집착하고 있다. (160)
규칙2 사람의 올바른 영향력을 위해 패키지 개입을 사용하라: 간디는 녹색 재단이 이미 하고 있던 것을 관찰한 후 자신의 활동을 증폭하려고 기술을 사용했다. 또한 체계적이지 않았던 사회 추세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케냐의 경우,M-PESA로 불리는 모바일 송금 시스템으로 인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상당히 증가했다. 그것은 도시 이민 근로자들이 고향에 돈을 송금하는 문화 때문이었다. (171)
규칙3 패키지 개입의 무차별적인 확산을 피하라: 디지털 그린은 농부들과 친밀하며 능력이 있는 협력 단체하고만 일했다. 또한 어린이 교육 등 다른 영역으로 다각화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협력 다체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의 대량 확산 자체에 목적을 두는 건 자원 낭비이며 비생산적이다. (172)
그렇지만 진정한 문제는 모다 세심한 태도를 요하며 그것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어보는 것이다.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증폭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증폭되면 안 되는가?)" (187)
나는 때때로 내면적 성장에서 `지혜...`와 `미독...`이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겠지만 이 단어들이 이상적이지 않은 이유는 백발의 노인이나 얌전한 젊은 처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내면적 성장은 나이나 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와 안목과 자기통제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즉, 개인을 전문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차츰 위대한 내면적 성장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204)
이러한 통계는 일부 개발 전문가로 하여금 소녀의 교육이 세계 빈곤을 퇴치하는 특효약에 가장 가깝다고 여기게끔 한다. 하지만 이 수치에서는 교육이 넓은 범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파트리노는 교육윽 농업과 연관시키지만 과연 학교교육이 농업과 관련이 있을까? 최신 교과과정에서는 농업을 가르치지 않는다. 왜 소녀가 이수한 초등교육이 훗날 자신의 아이 생존율에 영향을 미칠까? 소녀는 3학년 때 신생아 간호를 배우지 않는데 말이다. 이처럼 교육이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항상 타당한 이유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문법과 구구단, 이름과 날짜와 인지능력을 배우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것읻. 생산적인 삶을 위해 지식이 필수라면 우리에게는 훨씬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217)
그냥 봐도 이러한 변화가 패키지 개입을 통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어떤 사람은 가전제품과 피임법이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출판 사산업에서 아마존의 효과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증폭하는 것이지, 주요한 원인은 아니다. 피임약은 1960년 미국에서 사용이 허가되었지만 미국의 여성운동은 적어도 1800년대 중반가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 참정권은 1920년 에 이루어졌고, 1963년에 동일임금법이 통과되었다. 이러한 이정표를 지나면서 팽등을 위한 투쟁은 지속되었고, 여성 스스로 전면에 나서 싸웠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에 대한 국가의 관점이 바뀌면서 이를 뒷받침했다. 이 모든 힘은 측정하기 어렵고 하나로 묶기 힘들다. (264)
기술 중심적인 목표를 위한 목표를 위한 인센티브는 준비되어 있다. 남은 일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균형 있는 발전을 원하는 사람, 자기초월의 동기부여를 가진 사람, 진정으로 사회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은 기술 중심적인 가치로 지원받을 수 없다. 패키지 개입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개인과 집단의 생각과 의지를 함양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원하는 건 더 많은 사람이 멀고 험한 길을 택하는 것이다. (305)
여기서 직접 맗하지는 않았지만 로시가 언급만 하고 체념했던 네 번째 문제가 있다. 그것은 패키지 개입의 수혜자에게 요구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로시는 수혜자에게 동기부여와 역량이 없다면 어떤 프로그램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그 정책을 넘어섰다고 느꼈다. 로시는 `대규모의 인성 변화는 민주사회의 사회 정치 제도가 가진 영향력 그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2부에서 다룰 중요한 내용이다. 나는 로시가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