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감을 느끼려면 씹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씹는 행위가 뇌에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대 독소식품업체들에게서 인체에서 일어나는 이런 `자율구제` 과정은 더 많은 소비를 방해하는 걸림돌에 지나지 않는다. 스탠더드미트 사의 고기 다지는 기계가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계로 고기를 `미리` 씹어 소비자들이 여섯 번만 씹으면 목으로 넘어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적인 씹는 횟수를 3분의 1이 넘게 줄여서 업계 사람들이 `어른들의 이유식`이라고 부르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 본능을 속여 음식을 더 먹게 할 목적으로 말이다. (15)
첫 번째는 개인의 결단이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결단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집단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식품에 대한 지식을 쌓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거대 독소식품업체들의 전략을 좌절시켜야 한다. 독소식품을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시민저항을 시작하는 일이며, 그 싸움에 세계 각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 (17)
이런 변화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진화의 수수께끼 때문이 아니라 현대 재배 시스템이 낳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앤마리 메이어 박사도 "과일의 수분 함량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은 수확을 최대한 많이 올리려는 집약적 생산방식의 결과다"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핼웨일의 결론도 비슷했다. "우리는 더 많은 식품을 생산하지만 영양분은 오히려 감소했다. 현대 농업이 증가시킨 건 오직 수확량뿐이다." (95)
과일과 채소의 수분 함량이 증가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감소한 것은 작물에 다량의 물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비단 작물에만 나쁜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 때문에 물이 증발하는 마당에 무리한 관계농업으로 지하수층이 마르고 완전히 고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 가뭄은 전 세계적인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성만 추구하는 경향은 물을 비롯한 천연자원의 낭비로 이어졌고, 화학비료 역시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됐다. 살충제와 제초제, 살진균제를 들이붓다시피 살포하는 대량생한 시스템... 역시 식품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농약은 발암 위험물질로 범벅이 된 식품을 우리 식탁에 오르게 하는 주범일 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의 맛까지 저하시키고 있다. (98)
과학 전문 언론인 토머스 F. 폴릭...은 <음식의 종말...>에서 우리가 사 먹을 수 있는 토마토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토마토 종의 0.25%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토마토는 5,500여 종에 달라는데, 그중 미국과 캐나다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는 고작 11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토마토 품종이 플로리다 47이 북미 토마토 소비의 35.9%를 차지한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토마토 6종이 전체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품종의 단일화 경향은 현재 모든 과일과 채소에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주립대학교에서 만든 자료에는 감자의 품종이 575종이라고 나와 있지만, 최대 감자 산지인 미국 아이다호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단 2종에 불과하다. 그중 러셋 버뱅크 종은 패스트푸드 업계를 위한 맞춤형 감자다. 맥도날드에서 원하는 대로 냉동과 고온에서 튀기는 과정을 잘 견뎌낸 버뱅크 종은 감자계의 스타가 되었다. (99)
"4~5세 아이들이 공을 능숙하게 잡지 못했는데 이것은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중략) 공을 하나 주고 색깔을 기억해보라고 한 다음 자시 후에 물어보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가 여러 명 있었다. (중략) 그로부터 2년 후 6~7세가 돼서도 농약에 노출된 아이들은 계속 지체를 보였다. 그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농약에 노출되지 않은 4세 아동의 그림과 수준이 비슷하다. 또한 신체 저항력이 약하고 협응 능력이 떨어지며, 일반 아동들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매우 어렵게 생각한다."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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