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낯선 나
티모시 윌슨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와는 대조적으로, 적응 무의식이라는 현대적 관점은 인간의 마음이 안고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 이를테면 판단과 감정과 자극들이 억압 때문이 아니라 효율성을 위하여 자각의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일부 생각들의 경우엔 너무나 위협적인 탓에 사람들이 그런 생각들을 알지 않으려 피할 때가 간혹 있다는 주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생각이나 감정, 동기에 의식적으로 접근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억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사실이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떤 방법에 대한 암시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 의문이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이다. 이 의문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26)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소크라테스는 부분적으로 틀렸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취하는 자기성찰의 종류이다. 밖으로 드러나는 나의 행동을 살피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것과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어느 정도로 조화를 이루는가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40)

사회심리학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의 하나는, 리드부인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감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는 쪽으로 이 세상을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위협적인 정보를 옹호하고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데 탁월한 존재들이다.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길버트... 교수와 나는 이 능력을 `심리적 면역체계`라고 부른다. 육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육체적 면역체계가 있는 것과 똑같이, 우리에겐 심리적 안녕을 위협하는 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있다. 그것이 행복감을 간직하려는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 각자는 최종적인 `스핀 닥터`인 것이다. (79)

적응 무의식이 신속히 결론에 이르고 그런 다음에는 그와 정반대의 증거가 나와도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으려 드는 경향에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 몇 가지의 원인을 찾아도 무리가 아니다. 제9장에서 논할 인종적 편견도 그런 문제 중 하나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적응 무의식이 그런 잘못된 추론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뭘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신작용들이 생존상의 이점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곧 그것들이 실수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그런 작용들이 안겨주는 이점(예를 들면 신속한 평가와 분류)이 불행한 부산물을 낳을 때가 종종 있다. (108)

이와 비슷한 여러 연구 결과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이렇다. 시선과 언어로 하는 대답이 각기 다른 속도로 발달하는 다른 종류의 지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면 무난하다. 아이들의 시선을 측정하는 것은 비의식적이고 암묵적인 형태의 지식을, 나의 어법을 빌린다면 적응 무의식에 의해 얻어지는 지식을 관찰하는 것이다. 반면 말로 하는 대답을 분석하는 작업은 발달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마음의 이론에 대한 의식적인 이해를 파악하는 것이다.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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