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에 부모가 우유부단해지는 요인은 문화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권리든 중시하며, 의무는 조직적으로 회피하려는 문화에서는 아이를 기르기가 아주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쉽다. 서양에서는 극도의 어린이 중심적인 문화가 생겨났는데, 앵글로색슨 스칸디나비아 북유럽 나라가 주로 그렇다. 그 배경에는 아이에게 물질적으로 아쉬운 게 없도록 해 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부모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보다 더 흔한 것은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 없이, 아이의 말에 반박하지 않으며 아이를 언제나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부모라는 관점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것은 아이같은 어른을 길러 내는 문화다. (17)
말하자면 오늘날은 절대적인 위험의 정도가 덜하지만 상대적으로는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는 복지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을 아무 잘못도 없이 공평하게 대우 받지 못하는 피해자로 보고 있다. 사실 서양 세계에서는 오늘날의 문명국가와 비슷한 선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 이제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점점 더 사소한 것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 (49)
어떤 경우든 아이들은 유난히 연약한 인간이 아니며, 오늘날 우리가 듣게 되는 갖가지 주장과는 달리 거의 무엇이든 감당할 능력이 있다. 호된 꾸지람을 받아들일 능력이 있고, 질책을 받아들일 능력이 있으며, 사회에 적응하여 그 일원이 될 능력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른의 세계에 대처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삶이 어떻게 펼쳐지든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도와야 한다. 당연해 보이는 것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인간인 동시에 기대하는 것을 언제나 손에 넣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인간 말이다.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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