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업체는 앞으로는 승냥이, 뒤로는 호랑이를 두고 있는 셈이다. 금융자본이 승냥이라면 산업자본은 살기등등한 호랑이다. 다시 말해 원자재를 구입할 때는 금융자본이 가격을 결정하고, 제품을 판매할 때는 산업자본이 가격을 지배한다. 이렇듯 중간에 낀 중국을 승냥이와 호랑이가 깨끗하게 먹어 치운다. (33)
미국 제약업체의 엄청난 자금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약품 실험에도 걸핏하면 수억 달러를 선뜻 쏟아 붓는 제약업체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FDA는 어떻게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 미국에서는 모든 FDA 보고서의 작성자에게 `이해 상충...`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작성자가 특정 이익과 관련이 있다면, 예를 들어 관련 업체로부터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거나 여행 경비나 보너스 등을 받았다면 독립성을 잃었다고 간주하여 그 의견을 참고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FDA는 독립성을 확보한 의견만을 `전문적인 의견`이라고 간주한다. 만일 해당 전문가가 이해 상충을 숨겼다면 명예를 잃는 것은 물론 학계에서 발붙일 곳을 잃게 된다. 게다가 일단 조사에 걸리면 제약업체가 제 아무리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던진다 해도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85)
이와는 또 다른 현상이 있는데, 바로 가난을 비웃는 세태다. 사전 녹화 방식으로 제작되는 <진심이 아니면 다가서지 마세요>에 출연한 한 남성은 자신을 재력가라고 소개했다. 월 소득을 묻는 MC의 질문에 그 남성이 3,500위안...을 번다고 답하자 스튜디오는 금세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 짧은 장면은 실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반 중국 서민이면 감히 하지 못할 말을 과감하게 꺼낸 남성 게스트의 용기는 높이 살만하다. 월 3,500위안의 소득으로는 체면이 안 선다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남성은 자신의 힘으로 3,500위안을 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돈을 많이 벌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그만한 용기가 있는가? 중국 사회는 그의 용기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그저 비웃기만 했다. (100)
이 새로운 `산업망 통합` 정책과 반독점법을 연계시키면 농민은 더 많은 소득을 얻게 되고 소비자 역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도를 별 볼일 없다고 무시해버려선 안 된다. 이러한 작은 실천이 앞서 여러 번 강조한 중국인을 부유하게 만드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과거 10위안을 주고 사야 했던 채소를 5위안이면 살 수 있다. 소비자는 5위안을 아끼는 셈이다. 게다가 과거엔 1위안을 벌었던 농민도 3위안을 벌게 되니 형편이 좀 더 나아질 것이다. (121)
애플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결국 반군대식 경영 시스템 외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미국인의 위선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꽃 같은 중국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원흉이라고 하라 수 있다. 팍스콘은 그저 그들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팍스콘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팍스콘은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수동적인 처지에 놓여 있었음을 확인시킨 것이다. (133)
중국 언론들은 `오늘` 팍스콘을 욕하지만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업체를 욕하지 않을까? 뭐라고 욕하든 아무런 소용도 없다. 설마하니 중국의 OEM업체가 모두 팍스콘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사실은 절대 다수의 업체가 팍스콘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다. 중국의 모든 OEM업체는 거의 대부분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에 기대어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이보다 더 비참한 상황은 무엇일까? 문제를 일으킨 업체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진짜 범인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140)
이러한 제재의 법적 근거가 버로 중국이 시장경제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미국이 인정한다면 중국 제품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사라지는 세밍다. 2006-2009년 동안 대주국 반덤핑 제재로 미국이 거두어 들인 수익은 60억 달러가 넘는다. ... 그런데도 미국은 왜 거액을 벌어들이는 무기를 버리려고 하는 것일까? 물론 미국은 이를 버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중국에 시장 경제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만 얘기했을 뿐이다. 그 생각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한 20년동안 생각만 할 수도 있다. ... 미국은 그저 중국에게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뭘 더 노력하라는 것인가? 바로 자신들의 요구가 만족될 때까지 중국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217)
최근 중국 션전대학교는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다시 한 번 개혁이 도전했다. 2010년 9월부터 교수의 `간부직 신분`을 해지하고 직원제와 초빙제를 실시한 것이다. 재계약에 실패했거나 초빙되지 못한 교수의 철밥통을 과감히 빼앗자 더 이상 고개를 뻣뻣이 세운 간부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션젼대학교의 대담한 조치를 두고 사회 각계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77)
전반적으로 홍콩의 교육개혁은 민주주의를 강조하기보다는, 교수가 책임감을 느끼고 수업의 질을 높일 수밖에 없는 제도와 기강 도입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대만의 교육개혁은 왜 좌초한 것일까? 대만이 1인 1표제라는 민주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수준 이하인 교수들이 과반수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1인 1표제는 학교를 장악한 무능한 교수들이 무능하지만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손쉽게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도구로 전락할 소지가 높다. 이렇게 되면 무능한 사람이 무능한 사람을 뽑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284)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2004년 국유기업 개혁에 관환 대대적인 토론이 벌어지던 당시, 나는 그린쿨 창업주인 구추이쥔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당시 대륙의 많은 경제학자와 각종 이익단체 대변인들은 나를 깍아내리기에 바빴지만 홍콩 중운대학교[왜 이 책은 중문대학을 계속 중운이라 하는지? 아니면 중원이라고 하든지]에서는 이 일에 대해 내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학교가 내게 보여준 절대적인 존중과 학문적 자유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학자의 존엄성과 학문적 자유를 존중하는 정신을 대륙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285)
이들은 권력집단과 부잣집에서 기르는 개에 다름없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이들은 서민의 입장이나 과학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보려 하지 않고 오로지 아부를 떨거나 정부 정책을 칭찬하기에 급급하다. ... 나는 부동산세의 본질이 무엇인이 이들 학자에게 묻고 싶다. ... 토지 사유제를 유지하는 미국에서 토지 소유자가 부동산세를 납부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 하지만 중국의 경우엔 토지가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할 기반이 전혀 없다. 부동산 개발자는 임대료와 비슷한 개념인 양도금을 납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민들은 이미 임대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료를 내고도 토지를 소유한 정부를 위해 부동산세를 또 내야 한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가? (313)
저소득계층이 아닌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 임대주택을 차지하는 바람에 중국 전역에서 민원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충칭 시가 내놓은 비장의 대책은 바로 `관대한 진입-엄격한 진출`이라는 조치이다. ......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에서 나갈 때는 반드시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공공 임대주택은 저가의 임대주택으로, 5년 이상 거주하면 구입이 가능해 서민용 주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공공 임대주택 저가 임대주택 서민용 주택이 한데 섞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집을 되팔 경우, 구입 당시의 가격으로만 정부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집 매매로 이익을 추구하지 못한다. 이처럼 출구를 엄격하게 관리하면 소위 빽 있고 돈 있는 사람도 별 이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투기 목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손을 대려는 생각을 애당초 할 수 없다.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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