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러운 갱은 하루치 식량인 700명에 가까운 광부들을 집어삼켰다. 이 시각, 그들은 거대한 개미집 같은 이곳에서 고목을 갉아먹는 벌레처럼 대지 곳곳에 온통 구멍을 내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지층에 짓눌린 무거운 정적 속에서도 바위에 귀를 바짝 붙이노라면, 한창 활동중인 인간 곤충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갱구에서 케이지를 끊임없이 올리고 내리는 케이블의 비상부터, 채굴 작업장 안쪽에서 석탄을 캐내는 연장들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까지 모두. (65)
이제 나이가 들어, 고양이를 닮은 놈의 눈은 때로 슬픔으로 흐러졌다. 어쩌면 막연한 몽상중에 자신이 태어난 마르시엔 근처의 물방앗간을 떠올리는 것인지도 몰랐다. 스카르프 강가에 서 있는 물방앗간은 너른 목초지로 둘러싸여 있었고, 언제나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에서는 무언가가 불타고 있었다. 거대한 램프 같은 것이었는데, 동물의 기억력으로는 그게 뭔지 정확히 기억해내기가 힘들었다. 녀석은 기운이 빠진 다리로 버티고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떨며 태양을 기억해내기 위해 헛되이 애를 쓰곤 했다. (98)
에티엔은 그곳에 머물기로 갑작스레 마음을 굳혔다. 어쩌면 저 위, 탄광촌 입구에서 카트린의 맑은 눈동자를 다시 본 것 같아서였을까. 어쩌면 르 보뢰 탄광에서 반란의 기운이 실린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자신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는 갱 속으로 다시 내려가 고통받고 싸우기를 원했다. 그리고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본모르 영감이 들려준 사람들의 이야기와, 땅속에 웅크린 채 인간을 포식하고 있는 신을 떠올렸다. 만 명이 넘는 굶주린 사람들은 정체도 보르는 그 신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있었다. (117)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땅속 깊은 곳에서 광부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곡식의 낟알처럼 땅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이제 머지않아 어느 날 아침, 들판 한가운데서 그 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게 될 터였다. 그렇다. 인간들이 자라나는 것이다. 정의를 바로 잡을 한 무리의 인간들이. 대혁명 이후로 모든 민중이 평등한 존재가 된 게 아니었던가? ... 아! 자라나고 있었다.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태양 아래 무르익어가는 곡식들처럼 날로 원숙해지는 무수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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