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외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시 아이가 아끼는 장난감을 분해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는 조각들을 다시 원래대로 결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실은 여기에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지나치는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다. 우리는 세계를 분해해 놓고 그것을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수조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자연을 분해해왔지만 이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조그마한 단서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물론 자연을 더더욱 잘게 분해해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19)

에르되스와 레나의 영향으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무작위적 네트워크 이론은 최근에 여러 방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와츠와 스트로가츠의 모델은 클리스터링에 대한 단순화된 설명을 제공하여, 무작위 네트워크와 클러스터링을 갖은 지붕 아래에 둘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허브는 또 다시 이 현상 유지에 도전을 던졌다. 그것은 이 두 모델 어느 쪽에 의해서도 설명될 수 없다. (110)

멱함수 법칙은 주사위를 던져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스템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은 멱함수 법칙은 많은 경우 무질서에서 질서로의 전이를 알리는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웹에서 판별한 멱함수 법칙은 현실은 네트워크가 무작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처음으로 그리고 엄밀한 수학적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야 비로소 복잡한 네트워크들은 "자기 조직화"라든가 "복잡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네트워크들은 질서와 발현적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제 귀 기울여 듣기만 하면 된다. (122)

에르뒤스-레니로부터 시작된 고전적인 정적 모델들은 단지 고정된 수의 노드와 링크를 배열하여 그 결과로 나오는 그물망이 현실의 대상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것은 드로잉과 비슷하다. 페라리 자동차 앞에 앉아서 누가 봐도 이 차를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그렸더라도 그림은 그 차가 애초에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본래의 것과 똑같은 것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네트워크 진화 모델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이다. 네트워크 진화이론은 자연이 여러가지 복잡한 시스템들을 창조할 때 따랐던 발걸음을 재구성함으로써 네트워크가 어떻게 조립되었는지를 포착하고자 한다. (152)

공격의 결과가 명백했다. 첫 번째 허브를 제거했을 때 시스템은 붕괴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나머지 허브들만으로 여전히 네트워크를 지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허브들을 추가로 제거하면서 붕괴의 조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많은 수의 노도들이 주요 부분과의 연결이 단절되면서 네트워크에서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더 많은 허브를 제거해 가는 과정에서 돌연 네트워크가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특별히 임계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가 공격을 받고 나서 갑작스럽게 임계점에 도달하고 곧이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단지 일부의 허브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인터넷을 작고 보잘 것 없는 고립된 조각으로 깨뜨려버린 것이다. (190)

비록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터넷은 몇 사람 또는 몇몇 국가를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인터넷은 스위스 시계보다는 오히려 생태계에 더욱 가깝다. 그런 까닭에 인터넷을 이해하는 일은 단지 공학 또는 수학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의 구조가 형성되기까지 역사적인 힘이 매우 중요한 방식으로 작용해 왔다. 인터넷에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수렴되는 한편 상충된 입장들이 대립했던 흔적들이 남아있으며, 인터넷은 역사학자나 컴퓨터 과학자들이 규명해야 할 복잡한 지식의 뭉치들을 가득 담고 있다. (240)

이렇듯 작은 센서들로 이루어진 피부가 지구 전체를 물샐틈없이 덮고 있는 만큼, 환경에서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을 감시하게 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 지구는 점차 수십억 개의 서로 연결된 프로세서 및 센서들로 구성된 단일의 거대 컴퓨터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즉, 그 거대 컴퓨터가 언제쯤 자기인식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를 인류는 한번쯤 심각하게 고려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263)

인류에게 문화 유산이 없다면 기억도 없고, 기억할 방법이 없으면 역사로부터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얻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월드와이드쉡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역사를 다시 한번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 아카이브는 1996년 이래 알렉사가 검색한 모든 도큐먼트를 보관해오고 있다. (2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