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네를 놀래주는 내 능력이 아주 사라졌는지 보기로 할까?" ...... "어떤가?" "맙소사!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군." 나는 소리쳤다. "나의 샘솟는 아이디어는 세월에 녹스는 법도, 관습에 젖어 진부해지는 법도 없다네" 홈즈는 이렇게 말했는데,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작품을 앞에 둔 예술가의 기쁨과 긍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24쪽
그는 어느 선까지는 엇나가지 않고 잘했지. 무쇠 같은 신경을 타고났는데, 인도에서는 아직도 대령이 부상당한 식인 호랑이를 쫓아서 배수로를 기어간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네. 여보게, 그런데 세상에는 일정한 높이까지는 잘 자라다가 그 다음부터 갑자기 이상하게 흉측한 모양으로 변하는 나무들이 있거든.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심심찮게 있지. 내가 보기에 개인은 윗세대의 모든 특징을 자신의 발달 과정에서 드러내게 되는 것 같아. 과거에 가계로 침투해 들어온 어떤 강한 영향력이 선이나 악에 대한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나타나는 거지. 그래서 한 개인은 자신의 가족사의 축도가 되는 것일세. -39쪽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모든 것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처럼 보였지요. 하지만 그자는 예술가의 천품이 없었던 까닭에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올더커는 더 이상 손볼 데가 없을 만큼 완벽한 작품을 더 멋지게 다듬으려고 했지요. 불운한 희생자의 목에 걸려 있는 밧줄을 더 바짝 죄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다 신세를 완전히 망쳤지요. -81쪽
베이커가의 작은 무대에는 극적인 등장과 퇴장이 드물지 않지만, 소니크로프트 헉스터블 박사보다 더 갑작스럽고 놀라운 방식으로 출현한 사람은 없었다. 문학 석사, 철학 박사 등, 그의 학문적 성취를 다 담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명함이 전해진 지 겨우 몇 초 만에 당사자가 방 안에 들어섰다. 박사는 당당한 풍채에 점잖고 위엄에 넘쳤는데 한마디로 침착함과 중후함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방문을 닫은 다음 그가 맨 먼저 한 행동은 비틀거리며 탁자에 몸을 기댔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 것이었다. 위엄에 넘치는 인물은 인사불성이 되어 우리집 곰가죽 깔개 위에 엎어졌다.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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