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홈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그의 설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명쾌했다. 그가 말한 것은 대부분 아는 얘기였지만, 솔직히 나는 개개 사실의 비중이나 여러 사실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20쪽
어느 이른 봄날, 홈즈는 전에 없이 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원에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 느릅나무 가지에는 초록빛 새순이 움트고 있었고, 밤나무의 끈적끈적한 겨울눈이 막 다섯 장의 잎사귀를 펼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답게 두 시간 동안 말없이 공원을 거닐었다. 베이커가로 돌아온 것은 저녁 다섯시가 다 돼서였다. -52쪽
수사 기술에서 최고로 중요한 것은, 많은 사실 중에서 어느 것이 부차적인 것이고 어느 것이 핵심적인 것인지 가려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이게 되지 않는다면 수사관의 주의력과 에너지는 분산되고 말 겁니다. 이 사건에서 나는 처음부터 죽은 자의 손에서 발견된 편지 조각이 사건 해결의 열솨라는 것을 굳게 믿었습니다.-195쪽
사람들이 빠져나간 도시는 텅 비었고, 나는 뉴포리스트의 숲 속 빈터나 사우스시의 자갈 해안이 그리웠다. 하지만 난 은행 잔고가 바닥나 휴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내 친구는 전원이든 바다든 아예 추호도 미련이 없었다. 그는 5백만의 인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앉아서 사람들 가운데 촉수를 뻗어놓고 온갖 뜬소문과 범죄 의혹을 탐지해 내는 일을 사랑했다. 그에게는 하고많은 재주가 있었지만 자연을 감상하는 재주는 없었고, 기분 전환이 되는 일이라곤 단 하나, 도시의 악당에게서 관심을 돌려 시골 악당을 추적하는 일이었다. -234쪽
그런 클럽[디오게네스 클럽을 말함]은 처음 들어보는군. 그럴걸세. 런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는 수줍음 때문에, 또는 인간에 대한 혐오 때문에 타인과 교제하는 걸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방금 나온 신문이나 잡지를 들추는 것까지 싫어하는 사람은 없거든. 디오게네스 클럽은 원래 그럼 사람들을 위해 발족된 모임이지. 그래서 지금 거기엔 사교성 없기로는 런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 다 모여 있네. 그곳 회원들은 서로에게 절대로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네. 거기에선 내빈실만 빼고 일체의 대화가 금지되어 있지. 이 규정을 세 번 이상 어기면 제명될 수도 있어. 우리 형[마이크로프트를 말함]은 그 클럽의 발기인 중 하나인데 사실 나도 거기 가면 아주 마음이 편해진다네.-268쪽
원래 나는 <해군 조약문> 사건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 구멍을 낸 그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침묵하려고 했다. 그 일이 있고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내 삶의 공허는 메워지지 않았다. ...... 시신을 건져내려는 시도는 무망한 것이었다.. 물이 소용돌이치고 거품이 끓어오르는 끔찍한 가마솥 맨 밑바닥에는, 가장 위험한 범죄자[모리어티를 말함]와 당대 최고의 법의 수호자가 언제까지나 나워 있을 것이다. ... 내가 지금 그의 정체를 밝힐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순전히 홈즈를 공격함으로써 모리어티의 행적을 미화하고자 하는 몇몇 지각 없는 사람들 때문이다. 홈즈는 내게 언제까지나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남아 있으리라. -381쪽
나는 영국을 떠나기 전에 재산을 전부 정리한 다음 마이크로프트 형에게 넘겨주고 왔네. 부인에게 인사 전해 주게. 그리고 이 사람아, 잊지 말게. 나는 자네의 진정한 벗이라는 것을. - 셜록 홈즈 -3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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