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일찍 세상을 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엘리스를 남겨 주었소. 엘리스는 아기였을 때부터 단풍잎 같은 손을 들어 나에게 옳은 길을 가리켜주는 것 같았소. 이 세상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그 애가 했던 거요. 한 마디로 나는 새 출발을 했고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소. 매카시가 내게 손을 뻗치기 전까지는 모든 게 다 좋았소. -154쪽
때는 9월 말이었다. 추분 무렵의 강풍이 유독 거세게 부는 날이었다. 온종일 바람이 울부짖으며 지나가고 비는 유리창을 두들겨댔다. 거대한 인공 도시 런던의 심장부에 있으면서도 잠시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우리에 갇힌 야생 동물처럼 문명의 창살 틈으로 인류를 향해 울부짖는 거대한 원초적 힘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이 다가오면서 폭풍우는 점점 거세졌고, 바람은 굴뚝 속에서 어린애처러머 울부짖고 흐느꼈다. 셜록 홈즈는 난로 한쪽에 우울하게 앉아서 사건 기록에 색인을 달고 있었고,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서 클라크 러셀의 멋진 해양 소설을 탐독했다. 밖에서 노호하는 강풍이 러셀 소설의 배경이 된 듯, 빗소리는 어느새 바닷가의 파도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아내가 친정집에 잠깐 갔기 때문에 나는 며칠 동안 다시 베이커가의 하숙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159쪽
그[홈즈를 말함]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소한 감정이긴 하지만 나는 정말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어. 이 사건은 이제 나의 문제가 되었네.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무뢰배들을 응징하는 일에서 손을 떼지 않겠어. 날 찾아와 도움을 청한 청년에게 고작 죽음을 선사하다니......"-187쪽
손님은 한 걸을 나서서 채찍을 휘두르며 말했다. "난 네 놈이 누군지 안다. 이 악당 놈아! 네 얘기를 들은 적 있지. 참견쟁이 홈즈!" 내 친구는 빙그레 웃었다. "간섭꾼 홈즈!" 홈즈는 더 활짝 웃었다. "멋모르고 까부는 경찰 나부랭이 홈즈 녀석!" 홈즈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말씀을 아주 재미있게 하시는군요. 가실 때는 문을 꼭 닫아주십시오. 문틈으로 외풍이 들어오니까요." ...... 로일롯 박사는 재빨리 다가와 부지깽이를 집어들더니 갈색으로 그을은 큼직한 손으로 단숨에 구부려놓았다. "내 손에 걸려들지 않게 조심해라." ...... "정말 귀여운 양반이군." 홈즈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체격이 큰 편은 아니지만 저 양반이 좀더 있었으면 내 손아귀 힘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을 텐데." 그러면서 강철 부지깽이를 집어들고 끙하고 힘을 써서 다시 펴놓았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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