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 - 1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3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만 김훈장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강기...의 능력인데 돌대가리 속에 들어 박혀 움직일 줄 모르는 그런 기억력이라고나 할까. 하늘 천 따아 지! 상체를 흔들며 배우기 시작한 천자문이 골수에 박혀 들어간 것처럼 후일 어른이 되어 얻은 지식도 그런 식이어서 깨우침이나 비판의 여지없이 통째로 받아들였고 고스란히 그의 완고한 돌대가리 속에 사장되어왔었다. 그 완고함은 흔히들 있는 아집이나 자부하고는 다른 것이었다. 외곬에서 시작한 완고함이었다. 그런 뜻에서는 서희에게 글을 가르치는 좋은 선생인지도 모른다. - P59

결국 자기는 최씨 문중의 사람의 아니었고 다만 타인, 고공살이에 지나지 않았었다는 의식은 그의 죄책감을 많이 무마해주는 결과가 되었다. 나는 당신네들 편의 사람이 아니요, 나는 저 죽은 바우나 간난할멈, 훨선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었소. 윤씨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의 권위와 담력과 두뇌는 오로지 최씨 문중에 시종하기 위한 가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 P115

내 알겄어라우. 이서방이 그러는 거 알지라우. 사램이 변한 게 아니고 변해보고 접어서 그런다고. 사램이 그리 허무허게 변할 것이오? 곰보 목수는 아까운 놈 버렸다고 한탄을 해쌓더마는 나는 안 그렇다고 장담을 했지라우. - P131

흉년의 공포에 한 번 사로잡히기만 하면 농민들은 하늘도 땅도 믿지 않았고 다정한 이웃, 핏줄이 얽힌 동기간도 믿지 않는다. 오직 수중에 있는 곡식만 믿는다. - P167

‘얼매 전에 내가 관을 짊어지고 산으로 갔는데, 윤보형님이랑 영팔이하고 지를 묻어놓고 돌아왔는데, 그라믄 아직도 하룻밤이 안 지나갔다 그 말이제? 하룻밤도...... 먼 옛날 일 겉은데 아즉 몇 시각도 안 지나갔다 말이제? 지가 정을 떼고 가니라고 그리 무섬증을 자고 갔이까? 집이 텅 비었구나. 쥐 새끼 한 마리도 없는갑다. 다 달아나고 없는갑다.‘ - P240

틀림없이 월선이를 만날 것이다. 용이는 그것을 알고 있다. 집을 나설 때부터, 아니 장에 가리라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지난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였고 장날과 월선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임이네가 긴장한 것도 그 때문이며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린 채 코를 훌짝거리며 아이의 존재를 무언중 과시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 P260

강토와 군주와 민족에 대한, 오백 년 세월 유교에서 연유된 윤리, 그 윤리감은 또 얼마나 끈덕진 것이었던가. 본시 이성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굳은 감정으로 화해버린 그 윤리 도덕을 이동진은 한 번 거역해보고 싶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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