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1월의 책:
손자병법
* 2019년 12월 7일(토) 저녁 7시반, 카페
북클럽을 마치자마자 바로 키보드를 누르는 이유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가 ‘졸속(拙速)’이기 때문이다. 拙速, 迂直之計, 攻其所必救, 神 등등, 모든
전략은 군대와 백성을 보전한다는 한 가지에서 출발한다. 띄엄띄엄 알았을 때는 무슨 실용 군사학 개론서인
줄 알았더라. 직접 전체를 읽어 보니 이 책은 전쟁을 결정하는 자(군주)와 전쟁을 행하는 자(장수)의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분노는 다시 즐거움이 될 수 있고, 성냄은
다시 기쁨이 될 수 있지만, 망한 나라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소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전쟁에 신중하고,
훌륭한 장수는 전쟁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나라를 안전하게 하고 군대를 온존하게 하는 이치이다.”(310)
H나 나나 지금까지 살면서 ‘나쁜’ 리더십이란 걸 충분히 보기도 하고 겪기도 했다. 안나 카레리나 식으로 말하면, 나쁜 리더십들은 참 다양한 이유와
모습으로 나쁜 반면, 좋은 리더십은 언제나 서로 닮았다. 좋은
리더는, 공동체의 갈 길을 미리 내다보고, 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액션플랜을 짬에 있어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간첩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음이여”(328)), 위-아랫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 플랜에 책임감 있는
역할을 맡아 동참하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밑작업을 봄바람처럼 조용하게 진행한다는 것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묘책을 내어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
이젠
우리도 나이를 먹었기에 손자의 병법을 깨친 리더를 만나는 것은 로또 맞을 확률이라는 걸 잘 안다. 노자처럼
아예 세상을 떠나 살 수 있다면 베스트! 그러나 사주의 격이 떨어져 어찌되었든 속세에서 살아가야 하니, 우리 자신이 작은 손자들이 되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일 것이다.
그런데
손자는 말년이 행복할까? H는 도올의 이순신론을 이야기한다. 나는
노회찬 등을 생각한다. 인간의 값어치로 따질 때 참 귀한 자가 정말 하찮은 자에 의해 희생되는 것은
어찌한다? 손자의 병법을 쓰는 장수가 자신을 헤아리기는커녕 의심하고 미워하는 군주를 만난다면? 손자는 답한다: ‘형세가 유리하고 이 전쟁을 통해 분명 나라와 백상에
큰 이득이 있다면, 군주가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가야 하며, 전쟁의
이로움이 없다면 군주가 나가라 해도 나가지 말아야 한다. 오직 나라와 백성의 이로움만을 따르니 그는
나라의 보배이다.’ 오 마이 갓, 손자의 평온한 말년은 보장이
안 된다!
이 알파벳 중심 사회에서 손자병법 텍스트의 함축미에 감탄하며 ‘우리가 중문학을 공부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H의 말이 괜스레 감동적이다. 지식에도 등급이 있고, 귀한 지식은 아무에게나 전수되지 않는 법. 이 아름다운 지식이 이 달 우리에게 와준 데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