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 말은 정말 진심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사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 세상이란 말하자면 이렇게 ‘서로 지탱해주는 것‘입니다. 꼭 돈이 매개가 되지 않더라도 서로 지탱해줄 수만 있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그런 것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매달 월급이 입금되는 데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덧, 저도 모르게, 일단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믿어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18)
언제든 마트에서 살 수 있을 때, 기쁘다고도 다행이라고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 조금씩 쌀쌀해지고 더욱더 추워지면, 이제 슬슬 무가 나올 계절이구나, 후후 불면서 무조림을 먹고 싶어라, 아직 안 나오나, 아직도 안 나오나, 무님! 와아, 무느님 나오셨다! 그런 기쁨은 정말 가슴 뛰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 재미를 알면 더 이상 마트에는 못 갑니다, 못 가요. (52)
계절마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 그 속을 혼자서 헤쳐 들어가면 한발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놀라움과 고난과 감격의 연속을 경험하면, 테마파크나 게임 따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즐기는 인공적인 오락 따위, 김빠진 풍선 같습니다ㅣ. 실로 "인생, 도처에 아름다운 청산이 있나니." 게다가 그걸 즐기는 데 한 푼도 들지 않아요. (55)
그러고 보니 사실 돈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나 자신의 상식을 얼마나 뒤집을 수 있느냐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코 비참한 일도, 괴로운 일도 아닙니다. (98)
예를 들어 나는 밥 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요리를 좋아하는데 독신이라서 혼자 먹을 만큼만 만들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입까지 짧아져서, 도저히 ‘만들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만큼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가게가 아니니 실력이 썩 뛰어나지 않더라도 다들 먹어줄 겁니다(그래야 할 텐데). (188)
지금 세상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일도 많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돈이니, 취직이니, 그런 것들에 구애만 받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즐거운 일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190)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51세 무직의 봄입니다. (193)
길을 걸을 때도, 차를 마시러 갈 때도, 장을 볼 때도 나는 사람들을 살핍니다. 그리고 어디의 누구건, 조금이라도 마음이 통할 것 같은, 느낌 좋은 사람을 찾습니다. 그건 아마도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어느새,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리 대단한 일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 말을 열심히 듣고 웃는 얼굴로 감사의 말을 하고 헤어집니다. 그저 그 뿐입니다.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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