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위한 홀로그램
데이브 에거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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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가 앨런의 집을 꾸몄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에 들어와 집주인이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으로 집을 꾸며놓는다. 주인의 인간적인 지저분함 때문에 생겨난 어둠을 밝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집이 팔릴 때까지 주인은 자기집의 다른 형태, 더 나은 형태에서 살게 된다. 노란색이 더 많아졌다. 꽃도 있고 재생 목재로 만든 탁자도 있다. 집주인의 물건들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24)

상관없다. 웨이터가 모든 것을 발코니 탁자에 차려놓게 한 다음, 손을 멋지게 휘둘러 계산서에 서명을 했다. 십층에 앉아, 바람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순간적으로, 이게 나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럴 자격이 있다는 느낌. 주인의 분위기, 소속된 사람의 분위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해시 브라운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호텔에서 다른 누군가가 주문한 아침식사를 먼저 보내줄 만큼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왕을 알현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27)

넌 삼차원 얘기를 하지. 앨런. 이건 실제 물건이야. 그들은 거기서 진짜 물건을 만들고 있어. 우리는 웹사이트와 홀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이 나라 사람들은 매일 중국에서 만든 의자에 앉아, 중국에서 만든 컴퓨터로 일을 하고, 중국에서 만든 다리를 건너면서 웹사이트와 홀로그램만 만들고 있어. 이게 너한테는 지속 가능한 일로 보이냐, 앨런? (108)

하지만 지금 그는 이 사람들에게 가르칠 것이 없었다. 그들은 사막의 텐트에서 홀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었고, 그는 세 시간 늦게 도착했으며 뭘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제조나 그가 평생 완벽해지려고 노력했던 대면 영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그런 것에는 간접적으로라도 관여한 적이 없었다. 누구도 그처럼 진짜 물건을 진짜 사람들에게 파는 일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앨런은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케일리와 그녀의 들창코. 브래드와 그의 야만인 같은 이마. 레이철과 그녀의 입술이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 (159)

이봐요 거기! 안 돼! 안 돼! 그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위로, 위로, 위로, 하고 그를 재촉해 지하세계로부터 불러내려는 것처럼, 크게 삽질하는 모양으로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당신은 거기에, 지하 15미터에 있으면 안 돼, 그렇게 걸어다니면 안 돼. 어슬렁거리고, 화를 내고, 당신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과거에 벌어진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을 이야기해서는 안 돼. (167)

어쩌면 이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는 생각했다. 이 여자가 하려고 한 짓을 미치광이의 영역에 집어넣어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맏지 않을 일로 만드는 거야.
그의 말에, 그녀의 눈에서 어떤 빛이 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꺼지는 것만큼이나 빨리, 그녀는 회복했고, 짐짓 웃음을 지어 보였다. (219)

그녀는 다시 그에게 등을 기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앞으로 세상이 그들보다 강한 사람들을 창조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때가. 하지만 그때까지는 하네와 앨런 같은 여자와 남나들, 불오나전할 뿐 아니라 완전함으로 가는 길마저 막힌 여자와 남자들이 있을 것이다. (229)

"나도 웃어도 되는 거죠, 그렇죠?" 자라가 물었다.
"그럼요."
"좋아요. 왜냐하면 생각해보니 거의 모든 게," 그녀는 말하면서 손으로 방을 훑었는데, 그 안에 집, 바깥의 바다, 왕국 전체, 세상과 하늘 전체가 들어갔다. "아주, 아주 슬프거든요." (389)

어쨌든 쫓겨나는 것은 아니었고, 게다가 그는 아직, 이렇게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계속 있게 될 것이다. 그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왕이 다시 왔을 때 누가 여기 있겠는가?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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