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커플
샤리 라피나 지음, 장선하 옮김 / 비앤엘(BNL)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서 이런 진창이 돼버린 걸까."

읽는 내내 인물들 하나하나가 안타까웠던 스릴러다. 의문스러운 아기의 실종은 끊임없이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이웃의 저녁식사 초대에 응한 앤과 마르코 부부. 이웃의 미모의 아내 신시아는 앤과 마르코 부부에게 아기를 데려오지 말라는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한다. 갓난아기를 어떻게 집에 혼자 두고 오라는 말인가. 베이비시터가 올 거라 믿고 저녁 식사 초대에 응하고 만 그들은 저녁식사 두어 시간 전에 베이비시터가 사정이 생겨 못 오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솔직히 그런 상황이었다면, 실례일지라도 저녁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고 본다. 응당 그래야 한다. 갓난아기를 가진 부부에게 아기를 내버려두고 오라고 부탁하는 것부터가 이상하지만, 아기 문제로 저녁 식사를 급하게 취소하게 됐다는 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이웃이라면 상종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앞으로도 그 이웃과 사이좋게 지낼 생각이라면 매순간 자신들의 소중한 아기와 그 이웃을 저울질해야할 것이다.

육아의 어려움을 모르는 이라도 그 정도는 당연히 배려해주고 양해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이미 아기를 혼자 내버려둔 순간 앤과 마르코는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 아무리 베이비 모니터를 챙겨갔더라도 어떻게 갓난아기를 혼자 집에 둔단 말인가? 깜깜한 밤에-. 아기 코라에게는 기억에 없더라도, 이와 같은 부모와 분리되는 경험, 부모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여있었다는 경험은 코라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프로이트의 원인론적 시각을 전제로 한다. 아들러가 살아있었다면 이 글을 읽고 콧방구를 뀌었겠지.)

그리고 그 부부의 실수는 곧 코라의 실종으로 이어져 확대된다. 부모와 아예 격리되는 경험을 한 코라라던지, 아기를 잃고 404페이지에 달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앤과 코라에게는 어떤 전환점이 될 사건이었을 것이다. 물론 결말에 이르러 충격적으로 그려지는 반전은 더이상 그 가정이, 코라의 삶이, 온전하고 일반적인 형태를 띠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걸 암시하지만...

원인론이든 목적론이든 한 인간의 생애에서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꾀하는 유년시절의 기억은 중요하다.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향이 바뀔 수 있다. 앤과 마르코는 아기를 키우기엔 아직 그들 자체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 같다.

더이상의 내용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미리 내용을 알고 읽기엔 너무나 아까운 소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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