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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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눈물이 핑 돌았다. 이 감정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느꼈던 감정이다. 인위적인 쥐어짜내기식 눈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왜냐하면 이토록 훌륭한 사람의 생명의 불이 꺼졌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며, 세 번째가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옳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미치’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한다. 아니, 이것은 소설이 아니므로 그 자체가 우리다. 세계의 직장을 가진 모든 성인들 중에 ‘미치’처럼 살지 않고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조차도 ‘미치’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다. 모리가 싫어하는 이 시대의 문화는 이것을 조장하고 있다. 어린이 꿈에 대통령, 의사는 있어도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은 없다. 어른들은 여기에 대해 의아해하지도 않는다. 대학생 대부분이 경영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그렇다. 순수 학문을 위해 공부하려는 학생은 순진하거나, 멍청하거나, 미친 것 중의 하나로 오인 받는다. 내 말이 과장인가? 결코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멋진 삶을 산 모리교수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수업에 미치와 모리가 나눈 짧은 대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책 시작에 “여러분들껜 혹시 이런 스승이 안 계십니까?”라는 말이 끝까지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에게는 항상 우리가 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코치해주는 스승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렇게 될 수 있고,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으며,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다. 인생에 대한 심오한 깨달음은 학문적이지도 않고, 현학적이지도 않다.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평범한 삶이 인생철학이 될 수 있을 때, 이 책은 진정한 가치를 발할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평범한 하루에서 완벽함을 찾는 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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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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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TV 방영 당시에는 슬펐다던데, 책은 슬프다라기 보다는 감동적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점점 자라나는 희망처럼 말이다. 우리네 삶에서 “희망”은 없어서는 안 될, 가치 있는 재산이다. 길남의 어머니가 점심을 굶어가며 살았던 것도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곧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고, 한국 전쟁 당시의 암울 했던 시절에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수 있었던 까닭도 희망 때문이었다.

요즘의 아이들은 얼마나 약한가? 책 속에 길남이 자고 일어나 보니 머리 맡의 물이 얼어있더라는 구절은 정말 섬뜩하다. 물론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21세기니까.......하지만 이 세상에, 현재의 어느 부모가 아이들에게 궂은일을 시킬까? 이는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부모가, 그리고 미래의 내 자식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 소설은 한국 전쟁 당시의 사실적 묘사와 자전적인 부분을 잘 조합해 놓고 있다. 아직까지 그 산 증인들에 의해 공감을 얻으면서, 자전적인 부분으로 인해 산 증인들의 자손들 까지도 흥미를 갖게 한다. 그 시절이 얼마나 암울했던지 간에 이웃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우리 골목의 사람들과 그리고 아이들과 모두 즐겁게 생활했던 걸을 생각하면 그 때나 지금이나 이웃은 항상 우리 옆에 따스하게 존재한다.

다른 미사여구가 없어도, 독자들의 눈물을 쥐어 짜내기 위한 억지 죽음을 가장하지 않아도 가슴이 뭉클한 “마당 깊은 집” 이 소설을 통해 우리네의 진솔한 이야기가 얼마나 감동적인가를 깨달았다. 요즘에 마당이 깊은 집들은 사라진지가 오래지만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은 한국 전쟁 시대와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시기를 대변하면서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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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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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상상력이 사용된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있다. 박완서 소설처럼 실제 같은 조용한(!) 소설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시끄러운 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은 상상력이 은근히 사람을 잡는다. 남가이의 삶에 대한 작가의 기지나 도박에 대한 정보는 놀랍다. 특히 “천애윤락”이라는 소설에 가장 공감이 갔다. 동환이가 영악한 건지, 마냥 불쌍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의 동정심이라는 것은 정말 어찌할 수가 없다. 인간은 대개가 다 선하므로........ 처음 접한 성석제의 소설이었는데 꽤 만족할 만하다. 계속적인 문장이어 나가기나 대화를 자연스럽게 글 속에 묻어버리는 방법은 속도감을 준다. 은근히 독자를 사로잡는 참신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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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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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짧은 뒷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이미 일어났던 일 일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이는 객관적인 성공 지표에 따라 아둥바둥 거리며 살아가는 우리 삶이 얼마나 삭막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교훈 적이기도 하지만 정말 대단한 창의력으로 써진 이 책은 대단히 독창적이다. 미하엘 엔데는 등장인물 중 기기와 베포가 합쳐진 인물 같다. 기기의 독창적인 사고력과 이야기 솜씨 그리고 베포의 깊은 사고력. ‘시간’에 대해 누가 더 이상 이렇게 재밌으면서도 교훈적인 글을 써낼 수 있을까?

글 속에서 시간에 쫓기는 자와 시간을 주도하는 자의 삶은 판이하게 다르다. 요즘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 항상 쉴새 없이 뛰어다니고 항상 바쁘다. 일은 해도 해도 진전이 없다. 이를 반성하고자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느리게 사는 즐거움’ 같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야 우리는 순간 순간을 즐기는 삶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는데, 작가는 이 책을 1970년에 완성하였다! 30년이 넘은 지금, 독자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은 과연 인정받는 문학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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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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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글은 정말 특이하면서도 재밌다. 뭔가를 비판하는 듯한 말을 해나가다가 그냥 돌아서버리는 작가의 글 쓰는 방식 또한 특이하다. 톡톡 튀는 상상력들로 가득 찬 이 책은 이 작가의 개성을 물씬 풍겨준다. 특히 <당신의 나무>라는 작품이 정말 맘에 든다. 한 여자와의 사랑을 나무에 대한 두려움으로 표현하고..“나비효과”를 이렇게 잘 이용한 글이 또 있을까? 이 글에서는 “나무와 부처처럼 서로를 서서히 깨뜨리면서, 서로를 지탱하면서 살고 싶다.”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암튼 이 작가는 <넘버3>,<열혈남아>라는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넘버3>는 TV로 본적이 있는데 꽤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이 작가의 손이 간 영화라고 생각하니 “역시”라는 말이 나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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