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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TV 방영 당시에는 슬펐다던데, 책은 슬프다라기 보다는 감동적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점점 자라나는 희망처럼 말이다. 우리네 삶에서 “희망”은 없어서는 안 될, 가치 있는 재산이다. 길남의 어머니가 점심을 굶어가며 살았던 것도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곧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고, 한국 전쟁 당시의 암울 했던 시절에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수 있었던 까닭도 희망 때문이었다.
요즘의 아이들은 얼마나 약한가? 책 속에 길남이 자고 일어나 보니 머리 맡의 물이 얼어있더라는 구절은 정말 섬뜩하다. 물론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21세기니까.......하지만 이 세상에, 현재의 어느 부모가 아이들에게 궂은일을 시킬까? 이는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부모가, 그리고 미래의 내 자식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 소설은 한국 전쟁 당시의 사실적 묘사와 자전적인 부분을 잘 조합해 놓고 있다. 아직까지 그 산 증인들에 의해 공감을 얻으면서, 자전적인 부분으로 인해 산 증인들의 자손들 까지도 흥미를 갖게 한다. 그 시절이 얼마나 암울했던지 간에 이웃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우리 골목의 사람들과 그리고 아이들과 모두 즐겁게 생활했던 걸을 생각하면 그 때나 지금이나 이웃은 항상 우리 옆에 따스하게 존재한다.
다른 미사여구가 없어도, 독자들의 눈물을 쥐어 짜내기 위한 억지 죽음을 가장하지 않아도 가슴이 뭉클한 “마당 깊은 집” 이 소설을 통해 우리네의 진솔한 이야기가 얼마나 감동적인가를 깨달았다. 요즘에 마당이 깊은 집들은 사라진지가 오래지만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은 한국 전쟁 시대와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시기를 대변하면서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