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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과 바나나
강병호 지음 / 화남출판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어린 시절 스산 갯마을 근처에 살았다는 강병호 화백의 이야기 그림책이다. 개구쟁이 시절, 군대이야기, 결혼이야기까지, 소박한 그림에 한눈 팔면서 한줄 한줄 읽다보면 느릿 느릿 살아가는 그의 삶이 던져주는 잔잔한 이야기가 물결처럼 다가 온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들...
처음에는 몰랐어. 저물녘 바다로 가는 길목으로 밀집방석을 깔면 누나들 서넛 농립을 쓴 채 스쳐가고. 누나들은 그렇듯 밤마다 소금을 긁었어. 신새벽 이따금 이슬 젖은 머리칼로 꽃소금 한 봉지 건네기도 하고. 어디가여. 밤마실 간다. 쓸쓸히 답하면 의례 그런줄만 알았어. ... ... 나는 아직도 큰애기 처녀들 소금 긁기 품삯이 얼마였는지를 알지 못한다.(소금 긁는 누나들 꽃 소금 한봉지 중에서)
정말로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장미꽃은 장미꽃으로 패랭이 꽃은 패랭이 꽃으로 놓아두어야지, 패랭이 꽃이 보잘 것 없다고 장미꽃처럼 만들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고, 같이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산다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을 획일화시키고 그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으니까요.
모두가 결승점을 향해 미친 듯 줄달음 치듯이 사는 세상을 나 몰라라하고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있는 사람,
텁텁한 막걸리 한잔에 '삶의 무기로서 만화'를 이야기하던 그가 말한다. 변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