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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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을 완벽하게 영업하는 책이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뭔가. 남자는 나비넥타이를 한 정장 차림에 여자는 드레스를 입은 격식있는 복장에 벌써 숨이 막혀오는 그런 것들이 떠오른다. 기침을 해서도 안되고 긴 시간동안 뒤척이기도 눈치보이고, 언제 찬사를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는 그런 긴장감은 덤이다.


 생각해보면 처음이랄게 다 그렇게 긴장되는 거지 싶다. 처음 영화관에 간다고 해도 독립된 좌석에 앉아 웃어도 되는건지 목을 축여도 되는건지 힘이 잔뜩 들어갔던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자발적으로 찾아가게 되는 영화관에는 눈과 귀를 홀리는 화려하고 즐거운 것들이 가득하지만 클래식을 앞에 두고는 우리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어디서 어떤 것을 느껴야 할지 모르고 또 어떤 곡인지를 단번에 알아채기도 어렵다.


 어려운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보려 머리를 굴리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에 담긴 의미와 선율을 느껴보려고 하지만 쉽게 해답이 보이질 않으니 서서히 멀어져갈 수밖에 없었다.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의 작가 최정동은 이런 점을 속시원히 해결해준다. 골치아프게 머리를 썩힐 필요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음악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곡과 해석의 향연 속에서 자신이 사랑한 곡들을 하나씩 꺼내들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리를 듣지 않아도 마음을 조금씩 바꿔놓았고 나는 그걸 느꼈습니다.

음악은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뮤즈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익숙한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를 알고 있던 클래식 임에도 어느 한 순간 자신을 뒤흔들어버릴 위력이 숨겨져 있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것 뿐이다. 매일의 곡을 골라 집어들고 어쩌면 인생을 바꿔버릴 수 있는 강력한 존재.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도 되는양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것들을 늘어놓지 못해 안달난 책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공부를 하고 배우라고 옥죄는 책이 아니라 부드럽게 머리와 마음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만 부담없이 담겨있다.


 작가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다. 삶에 있어 문득, 어느날 갑자기 뮤즈가 곁을 맴돌고 있을 때, 그를 놓치지 않고 손을 잡을 수 있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언제나 귓가에 흐르는 음악을 언젠가는 알아차리고 그 소리를 마음으로 느끼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잠시 클래식에서 멀어져있을 뿐 이들의 소리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었니 말이다.

‘무례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내는 흔적도 없다. 사랑은 괴팍한 사내를 이토록 온유하게 만들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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