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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나에게 - 고흐와 셰익스피어 사이에서 인생을 만나다
안경숙 지음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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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처음 보는 사람이든, 책을 처음 보는 사람이든, 오랜만에 좋은 책을 보고 싶은 사람이든 그 모두에게 단연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에세이가 가벼운 책이라고들 하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싶다. 책과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거쳐야 할, 필독서 같은 에세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 한 편, 그 앞에는 고전 소설의 글귀가 있고 뒤에는 명화가 한 점 자리하고 있다. 고전에서 명화로 끝나는 이 플롯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랑이 나에게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엔 고민을 했던게 사실이다. 딱히 사랑과 관련된 내용만 잔뜩 쌓인 책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은 그것은 하나의 부분일 뿐 인생 문장과 인생 그림을 찾아주기 위하여 글과 그림을 인연의 실로 엮어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큰 맥락에서의 인생이 다뤄지고 있다.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고 즐기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죽을 때까지 이 모든 것을 한번씩 다 느껴보지 못한다는 것이 벌써 아쉬울 정도이다.

 

그에, 안경숙 작가의 힘을 빌려 추려진 글들과 그림을 만나보기로 한다. 고흐와 셰익스피어의 사이에서 인생을 만나게 될 때까지.

 

 

언젠가 제게도 제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하는 사랑이 다가오면

두려움 없이 온전히 마음을 내어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림과 문장 속에 흠뻑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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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 김치호 한국미술 에세이
김치호 지음 / 한길아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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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순히 한국미술 에세이로 평가받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뭐랄까 서양의 미술과 달리 한국미술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것이 강한 고전적인 느낌이기 때문일까, 아직도 한국미술이라는 말은 낯설음을 느끼게 한다. 그저 유명한 몇몇 작품만 알고 있을 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만나도 비슷하기만 한 느낌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지 않을까 싶다.

 

그에 저자 김치호는 우선 독자들을 위해 미술품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자극하기 시작한다. 시작인 미술시장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천천히 미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하나씩 훑어보고 다시 한국미술에서 우리 삶 속 미술 작품들을 비춰내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자연히 그 과정속을 따라가는 동안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미술시장의 성장과 흐름을 보게 되고 미술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한국 미술을 향한 호기심이 차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책에 담겨진 한국 미술품은 그리 낯선 것들이 아니다. 언젠가 살며 한두번쯤 익숙해져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할머니의 방 한켠에서 보았던 것 같은 장까지 그저 우리의 문화이기에, 그 속에 담겨졌을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쩐지 겁을 먹게 만드는 표지와 제목에 먼저 질려 돌아가지는 않았으면! 그러기에 너무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책이니 말이다.

 


처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어렵지만 

장담컨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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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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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제각기 다른 거짓말로 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누구 하나도 순수하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그들은 순수한 사랑을 했고, 순수하게 서로를 위했고, 순수하게 꾸며진 삶을 살았고, 순수해서 잔인했다. 인형놀이 같은 덧없는 일상은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었다. 누구도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가엽게도 그 속에서 홀로 수많은 것들과 싸워야 했던 아이들도 휘말려버렸지만.


어떻게 쉽게 비난하고 재고 따질 것이 없었다. 표지만 봐도, 소개글을 읽기만 해도 화가나는 그 표현에 사로잡혀서 나는 언제고 그 장면이 등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것이 주는 불안감과 예민해지는 신경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난동을 부리려는 것을 애써 억누르면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려 했다.


그런데 막상 너무 평범하게, 조용히 흘러간 그 시작이 되려 가슴을 찔러왔다. 작은 것에도 쉽게 끓어올라 마구 날뛰는 나와 달리 조반나의 모습은 조용하고 침착했다. 조반나는 혼란스러운 가슴을 조용히 끌어안고자 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김 잠잠해져서 이들 가족을 찬찬히 뜯어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따지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이 모두가 실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의 전제로 향하지 않는 이상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덧없이 순수하고 순수해서 잔인한 장난같은 어른들의 마음이 고스란이 남아있다.




저는 제가 못생기고 못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사랑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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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레이첼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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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깨어진 관계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건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관계일수도, 몇달의 시간이 만든 관계일수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갈라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곽은 관계에 다친 사람드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레이첼 커스크는 분위기는 조용하고 단조로운 어조로도 책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우린 기꺼이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차례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 마주앉아 듣는 입장이 되어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자연스럽고 소탈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이다.


 꺼내어진 것들은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것이다. 하주 작은 돌뿌리에 걸려넘어지게 되는 인생의 모든 것을 말한다. 단단하게 지탱하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것들도, 작게 흙을 다져가던 초목 같은 것들도 돌뿌리 앞에는 소용이 없었다. 넘어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온전히 몸을 내맡겨 구르는 것만이 가장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소중한 것들이 쉽게 끝나는 것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영혼엔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애써 붙여보려고 해도 갈라진 이들의 마음은 너무도 쉽게 드러나버렸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이란 인생을 그렇게, 뒤바꿔놓는 것이었다.


 뜬금없게도 영화 오리엔탈 특급열차가 생각이 났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실과 이별로 깨어진 영혼을 갖게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보다 조금 더 단조롭고 조금 더 현실적일 뿐이다만, 계속되는 삶에서도, 메마른 가슴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점은 다를바가 없는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 나는 누구를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

자체가 너무 낯선 일이 되버려서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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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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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을 완벽하게 영업하는 책이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뭔가. 남자는 나비넥타이를 한 정장 차림에 여자는 드레스를 입은 격식있는 복장에 벌써 숨이 막혀오는 그런 것들이 떠오른다. 기침을 해서도 안되고 긴 시간동안 뒤척이기도 눈치보이고, 언제 찬사를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는 그런 긴장감은 덤이다.


 생각해보면 처음이랄게 다 그렇게 긴장되는 거지 싶다. 처음 영화관에 간다고 해도 독립된 좌석에 앉아 웃어도 되는건지 목을 축여도 되는건지 힘이 잔뜩 들어갔던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자발적으로 찾아가게 되는 영화관에는 눈과 귀를 홀리는 화려하고 즐거운 것들이 가득하지만 클래식을 앞에 두고는 우리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어디서 어떤 것을 느껴야 할지 모르고 또 어떤 곡인지를 단번에 알아채기도 어렵다.


 어려운 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보려 머리를 굴리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에 담긴 의미와 선율을 느껴보려고 하지만 쉽게 해답이 보이질 않으니 서서히 멀어져갈 수밖에 없었다.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의 작가 최정동은 이런 점을 속시원히 해결해준다. 골치아프게 머리를 썩힐 필요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음악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곡과 해석의 향연 속에서 자신이 사랑한 곡들을 하나씩 꺼내들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리를 듣지 않아도 마음을 조금씩 바꿔놓았고 나는 그걸 느꼈습니다.

음악은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뮤즈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익숙한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를 알고 있던 클래식 임에도 어느 한 순간 자신을 뒤흔들어버릴 위력이 숨겨져 있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것 뿐이다. 매일의 곡을 골라 집어들고 어쩌면 인생을 바꿔버릴 수 있는 강력한 존재.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도 되는양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것들을 늘어놓지 못해 안달난 책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공부를 하고 배우라고 옥죄는 책이 아니라 부드럽게 머리와 마음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만 부담없이 담겨있다.


 작가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다. 삶에 있어 문득, 어느날 갑자기 뮤즈가 곁을 맴돌고 있을 때, 그를 놓치지 않고 손을 잡을 수 있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언제나 귓가에 흐르는 음악을 언젠가는 알아차리고 그 소리를 마음으로 느끼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잠시 클래식에서 멀어져있을 뿐 이들의 소리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었니 말이다.

‘무례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내는 흔적도 없다. 사랑은 괴팍한 사내를 이토록 온유하게 만들었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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