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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좋은 기회가 생겨 오디오북으로 듣게 된 책. 꼭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몇 년이 흘렀다. 이런 책들이 너무 많다ㅠ
오디오북은 전자책의 tts기능과는 차원이 달랐다. tts는 글자를 그저 '읽어주기만' 하는 거라면, 오디오북은 각각의 인물들에 따라 목소리도 바뀌고 말 그대로 '연기'를 해준다. 근데 그 연기가 과하지 않고 상황에 너무 잘 들어맞아 몰입이 정말 잘 되었다.
이 작품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한강 작가는 시집 말곤 처음 읽는 소설인데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서술자가 계속 바뀌어가며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기에 더욱 더 그들의 고통이 절절히 다가왔다. 특히 동호의 친구 정대가 죽은 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시체들 속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은.....정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육체가 죽으면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죽지 않고서야 모르겠지만 만약 1980년 그때 그 사람들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산처럼 쌓여있는 그 시체 더미들 속에서 자신의 몸을 지켜봐야만 했었다면. 그 심정은 어땠을까..누가 날 죽였는지, 왜 죽여야만 했는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은 건지.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 그 트라우마는 어떻게해야할 것인가.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던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그날의 광주를 피해갈 수 없다. 대통령을 마음껏 욕하는 현대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져야만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직도 벌 받지 않은 그 살인자를 우리는 꼭 기억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