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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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9

그 애는 어린아이처럼 눈이 동글동글했다. 얼굴은 햇볕에 살짝 그을렸고,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 내 쪽은 거의 보지 않았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쑥스러워하며 눈을 깜빡이다가 바로 시선을 돌렸다.│21, 연인에게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 테니까. 핏줄이란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항상 웃으면서 살면 된다고.”│40, 연인에게

“난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인데, 넌 처음부터 낯설지 않더라. 진짜 신기하다니까.”
‘나도 마찬가지였어.’│42, 연인에게

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현실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다. 네모토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다.│74, 연인에게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네가 기쁨을 느끼는 일을 하면 좋겠구나.”│160, 아버지에게

“그러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 사람을 꺼리면 안 된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161, 아버지에게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고,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하는 거야. 극적이라 할 만큼 거리를 좁혀가는 방식이 대단히 멋지거든. 무엇보다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선택해줬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214, 당신에게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거든.”│223, 당신에게

“내게 좋은 추억을 잔뜩 만들어 준 사람을 잊기는 어렵겠지요?”│300, 남편에게

#세상의마지막기차역 #무라세다케시 #김지연옮김 #모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날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표지와 제목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만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일부러 밖에서는 많이 읽지 않았다. 단짝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가는 날도 이 책과 함께였다. 막 문을 연 백화점 앞에서 서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짝을 기다리며 이 책을 펼쳤다가 두 장을 채 읽지 못 했다. 따뜻한 볕 아래서 읽고 있자니 눈앞이 더 일렁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이렇게까지 깊이 내 이야기처럼 이입해서 읽은 책이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움을 금할 길 없다. 이런 작품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손에서 떼어 놓기 싫을 만큼 너무도 좋았다.

3월의 어느 봄날, 열차 탈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소중한 존재를 잃는다. 사랑하는 연인, 버팀목이 되어 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슬픔에 잠긴다. 그러던 중 묘한 소문을 접하게 된다. 사고 발생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여고생 유령이 나타나 사고 당일의 열차로 인도해 준다는 것. 희미한 열차는 맺힌 게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열차에 오른 사람은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만 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중한 이를 만날 수 있다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두 니시유이가하마 역으로 향한다.

네 편의 이야기가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다 어느 순간 연결된다. 앞의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울컥하고 만다. 막바지에 이르면 눈물이 주체가 안 된다. 카페에서 냅킨 두 장을 눈물과 콧물로 적실 정도로. 자꾸만 치미는 슬픔과 눈물 때문에 쨍쨍한 햇빛 속에서도 훌쩍이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사람은 태어나 삶을 이어가는 이상, 소중한 이를 잃을 운명에 처한다. 가혹하고, 잔인하게도.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별이 된 사람을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에 유독 인색했으니. 사랑한다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한다고.

1화. 연인에게
2화. 아버지에게
3화. 당신에게
4화. 남편에게

네 편의 에피소드 전부 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1화에서 도모코와는 한 몸이 되어 아픔을 같이 했다. 다음 달이면 결혼하려던 연인이 갑작스런 사고로 죽었다.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감히 짐작하기도 두렵다. 그럼에도 살아준다. 전보다 더 열심히, 더 씩씩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잃고도, 세상 유일한 내 편을 잃고도,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다는 남편을 잃고도 살아준다, 모두들.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전부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소중한 사람은 잃고 나면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잃고 나면 무조건 후회 뿐이다. 잃기 전에 가득가득 사랑을 전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전부 끌어모아서. 그래도 후회가 없진 않을 테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랑을 전할 테다. 도모코와 신이치가 그랬듯이, 유이치가 그랬듯이, 다카코가 그랬듯이, ‘아빠’가 그랬듯이.

*스튜디오오드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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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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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음식과 요리에서 기초란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중요하다. 따라서 기초를 최대한 다듬어 담은 이 책이 연령대나 조리의 숙련도를 크게 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조리에 막 관심을 가져보려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며, 익숙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요령을 보충해 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는 이 책이 특히 생존의 차원에서 조리에 관심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닿기를 희망한다.│11, 작가의 말

🧂‘소금 간은 습관보다 한 발짝 더’│39, 향신료와 필수 요소

🫑파프리카를 잘 씻은 뒤 최대한 균일하게 모양을 잡아 썰 수 있도록 윗동과 밑동을 썰어낸다(썰어낸 부분은 볶음 같은 다른 요리에 쓴다고 늘 마음을 굳게 먹지만 대체로 칼질을 하면서 집어 먹게 된다).│71, 채소

🍠달수의 본명은 베니하루카(べにはるか)로 일본 고구마다. 규슈오키나와 농업 연구소에서 1997~2007년에 개발 및 육성한 고구마로 ‘규슈121호’와 ‘하루코가네’의 교배종이다.│110, 채소

🍎상큼한 신맛이 단맛만큼이나 두드러지는 아삭한 속살의 사과. 이렇게만 불러도 충분하다. 그만큼 이런 맛과 질감의 사과가 드물기, 아니 거의 없기 때문이다.│217, 과일

#오늘브로콜리싱싱한가요 #이재용 #푸른숲

식재료를 향긋하고 자상하게 대하는 상냥한 방법들.

건축 석사 저자의 본격 식재료 에세이다. 매우 실용적이고 일상과 밀접한 식재료 이야기에 눈이 즐겁다. 알고 있던 지식을 깔끔하게 손질한 느낌과 모르던 지식을 야무지게 담아낸 알찬 느낌이 꽉꽉 담겨 있다.

음식을 잘하고 싶은데 시도가 어려운 나 같은 사람도 요리하고 싶게 만든다. 마트에 가서 싱싱한 채소를 볼 때마다 저자의 말들이 생각날 것 같다.

저자가 어느 봄, 용인의 한 막국수집 마당에서 할아버지에게 산 마늘종이 너무 먹고 싶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인생 마늘종이 되었을까!

파프리카는 여름에 먹으면 더 맛있다. 색깔별로 다른 맛이 나는데 오렌지색을 가장 좋아한다. 씻어서 세로로 썰어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 후 먹으면 더위가 잊힐 만큼 시원하고 맛있다. 수분이 촉촉하게 충전되는 느낌! 오이도 비슷한 청량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토마토! 특히 대추방울토마토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5월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사온 대추방울토마토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두 박스나 먹었는데 아쉬워서 한 박스 더 주문해달라고 요청할 정도.

사과는 부사, 아오리, 홍로, 홍옥의 품종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책에서는 홍옥이 다뤄진다. 새빨간 빛깔과 단맛보다 신맛이 특징인 홍옥. 사과는 퍽퍽해지기 전에 먹는 게 베스트!

천도복숭아, 딸기, 수박 등 좋아하는 과일 또한 나열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란다. 이처럼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어도 공감하며 좋아서 방방 뛰게 하는 책이다. 채소와 과일 아니, 식재료를 사랑하는 사람이 읽으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식재료에 대한 애정과 상냥함이 깊게 느껴진다. 좋아하고 즐기는 식재료가 다뤄지니 더 반갑고 공감하게 된다.

먹고사는 일은 인간의 가장 기본 본능이다. 요리에 대해 막 관심이 생긴 이들에게도, 매일 요리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임받는 책이 될 것이다.

처음 만나는 저자의 작품이 이토록 상냥하고 세심해 더 좋았다. 저자가 번역한 《인생의 맛 모모푸쿠》 또한 꼬옥 읽어 보고 싶다.

*푸른숲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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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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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방해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자살 현장에 먼저 가 있다가 소녀가 오면 데리고 놀러 가기만 하면 된다.│7

나는 수명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손에 넣었다.│24

“당신은 3년 후 12월 26일 밤 12시에 숨을 거둘 겁니다.”│34

“전 여태까지 남에게 상담할 수 있는 고민은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터놓을 수 없으니까 고민인 거라고 단정 짓고 있었죠. 하지만 사실은 단지 누군가에게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을 질투한 거였어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원했던 것뿐이에요. 그래서 어제 아이바 씨가 제 얘기를 들어줘서……, 정말 기뻤어요.”│244

#어느날내죽음에네가들어왔다 #세이카료겐 #김윤경옮김 #모모

죽음이 간절한 순간에도 사랑은 피어나.

죽고 싶어 하던 아이바 준은 죽고 싶어 하는 이치노세 쓰키미의 자살을 몇 번이고 방해한다. 사신에게 자신의 수명을 넘기고 받은 은시계로 시간을 되돌려 몇 번이고 이치노세를 만나러 가는 아이바. 그는 왜 그리도 소녀를 살리고자 애쓰는 걸까. 사신에게 수명을 주고도 후회하지 않을까. 요즘 정주행 중인 드라마 《내일》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듯 느껴졌다.

인터넷소설 대상 수상 작품이라 술술 읽히고 소재 또한 끌리는 요소가 많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사신의 은시계, 사신에게 수명을 내어 준 남자, 계속해서 나타나 죽음에 가까워지는 인간을 보며 즐기는 사신, 자살을 몇 번이고 감행하는 소녀. 사신이 나오는 부분을 볼 때마다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 중 #오버랩나이프나이프 속 낄낄거리던 존재가 오버랩 된다. 생과 사를 갖고 노는 듯 가벼이 여기는 존재가 불편하고 탐탁치 않다.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지켜보게 만든다.

책태기에 머물러 있다면 아름답고 환상적인 표지가 돋보이는 이 책을 권하는 바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책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충실하고 싶게 만든다.

*스튜디오오드리에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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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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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는 너무 기발해서 범인이 절대 잡히지 않을 만한 살인을 생각해내려고 했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가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잡히지 않을 터였다.│43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48

“에릭 앳웰은 제 아내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앳웰은 제 아내를 다시 약물에 중독되게 했고, 아내는 그의 집에서 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죽었거든요.”│185

나는 서점을 인수해 일에 몰두했다. 더는 범죄소설을 읽지 않아도 -소설 속 잔인한 죽음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손님들을 도와줄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나는 책을 파는 사람이었고, 그 일을 잘했다. 그걸로 충분했다.│303

#여덟건의완벽한살인 #피터스완슨 #노진선옮김 #푸른숲

범인은 주변에 있다는 불변의 법칙.

오랜만에 피터 스완슨 작품이라 더 반갑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작품 역시 기대를 갖고 읽었다. 가독성은 여전히 좋다. 평소 좋아하는 소재(서점, 서점 주인, 책, 미스터리, 추리소설, 스릴러)가 한 작품에 모두 나와 흥미를 더해 준다. 눈 내리는 겨울이라는 배경과 그웬의 흐릿한 생김 그리고 흰 머리의 맬컴이 빚어내는 분위기 자체가 몽환적이고 아득하다. 그래서일까. 마지막까지 아득한 느낌이 진득하게 깔려 있다.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한 날, 올드데블스 서점의 주인인 맬컴 커쇼를 찾아온 FBI 특수 요원 그웬 멀비. 맬컴이 블로그에 올린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 대로 낯선 이들이 죽고 있다. 그웬은 맬컴이 사건에 도움을 줄 사람인지, 사건에 연루된 사람인지 확인하려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맬컴은 그웬을 만나며 어떤 진실에 다가간다. 생각하지도 못한 진실을 알고 나니 또다른 진실이 밝혀져 숨을 죽이고 지켜보게 만든다.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저틀리 콕스의 《살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제임스 M. 케인의 《이중 배상》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존 D. 맥도널드의 《익사자》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에 실린 작품들이다. 전부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특히 《익사자》는 반드시 읽고 싶다.

맬컴이라는 인물에 감정이 쏠린다. 작품의 화자라서 그런 건지, 꿈의 직업인 서점 주인이라서 그런 건지, 둘 다인지. 사랑에 미치면 사람은 어디까지 가라앉을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공포스럽고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보단 고요하게 스며드는 어딘가 애잔한 사랑이 느껴지는 미스터리다.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김연덕의 《액체 상태의 사랑》 중 한 부분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완전한 사랑 역시 얼마쯤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상처도, 모험도,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도 차단된 고요한 상태, 한 자리에 누워 한 장면만 볼 수 있는 상태, 그러니까 환하게 죽어 있는 상태.’

*푸른숲에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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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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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라는 것은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책을 펴놓고 글씨를 쳐다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학습해야 할 내용을 받아들이고 사유하고 기억하는, 그 모든 정신작용에 절대적인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하라는 것이다. 이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학습 내용을 익힐 수 있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43

포기하면 편하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사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속이라도 편하다. 하지만 후회하느라 마음은 괴로운데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정작 바뀌는 게 없는 사람은 매번 힘들다. 변하고 싶은데 뜻대로 원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바라는 바와 현실과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변화하지 못하는 현실에 비애감을 느낀다.│57

접근 경로를 차단하거나, 완전히 차단하지 않더라도 다시 접근하기 성가시게 해놓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기보다는 쉽게 포기하게 된다.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공부하기 귀찮아하는 것처럼, 아무리 재미있는 것들이라도 접근하기 번거롭고 불편하면 굳이 그 귀찮음을 극복해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귀찮음에 취약한 인간의 본성을 아용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를 길들일 여지가 있는 셈이다.│89

결정적으로 위기주도학습법은 주어진 구체적 목표나 성과가 있을 때만 유효하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무엇이 성취이고 무엇이 성공인지부터 스스로 그려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이루지 못했을 때 어떠한 것을 잃게 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위기의 모습이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 위기주도학습법은 ‘평균인’이 국내 교육 환경과 수험 환경에서 경쟁하는 데에 활용할 만한 행동 조작의 방법이자 도구적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독자들께서는 잘 이해해주시고 용도에 맞게 압축적으로 사용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192

#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스튜디오오드리

시험 끝에 성적이 잘 나오는 사람을 보면 늘 부럽다. 학생일 때도 그랬고 어른인 지금도 그렇다.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공부 잘하는 사람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사회적 보상을 기반으로 안정감과 탄탄한 미래를 손에 넣은 사람으로 보여진다. 얼마나 공부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어떻게 공부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공부법을 습득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결단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자기계발 분야 책은 도서관에 가면 책등도 안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제목조차 보겠다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평소 관심 있는 출판사에서 이 책이 출간됐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계속 맴돌았다. 고민 끝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기계발서 아니고 에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읽히고 마음에 탁탁 와 닿았다.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관심조차 없던 분야의 책을 재미있게 읽다니. 수수진의 《나는 알람없이 산다》와 비슷한 느낌(공부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비슷).

저자는 변호사, 공인중개사, 스타트업 CEO, 유튜버까지 다재다능한 엘리트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엄청난 열정과 끈기로 일궈낸 결과물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생각할지 모른다. 그가 특출난 유전자를 타고난 건 아니다. 평균 범위에 속한 사람 중 하나인 저자는 자신을 위기 한가운데에 던져 놓고 극단적이기는 하나 목적을 달성한다.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가진 걸 잃을 수 있고, 영위하던 삶이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람은 공부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존재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 깊은 공감이 가능하다. 시험 때만 되면 책을 읽고 싶거나 글을 쓰고 싶던 소녀 시절의 내가 새록새록 떠오를 만큼. 읽기만 하는데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건 이 책이 처음이다. ‘공부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어? 좋아하는 거, 재미있는 거 다 하면서 평균 이상을 원해? 한 시간 공부하고 백 시간 공부한 효과를 보고 싶어?’라며 꾸짖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린다. 정신이 번쩍 드는 목소리가.

평소 자기계발 분야 책은 읽기 싫고, 어렵고, 관심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꼭 이대로 해! 라는 건 아니다. 저자는 여러 번 강조한다. 정신 개조가 아니라 구조적 환경을 개선하여 스스로 공부하게끔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의지와 생각만으로는 자책과 후회가 반복될 확률이 크다. 시간, 비용, 기회를 효율을 높여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여기 담겨 있다. 이러한 공부법도 있다고 알아두면 살아가는 데 분명 어느 순간 쓰여질 일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스튜디오오드리에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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