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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처음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는 너무 기발해서 범인이 절대 잡히지 않을 만한 살인을 생각해내려고 했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가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잡히지 않을 터였다.│43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48
“에릭 앳웰은 제 아내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앳웰은 제 아내를 다시 약물에 중독되게 했고, 아내는 그의 집에서 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죽었거든요.”│185
나는 서점을 인수해 일에 몰두했다. 더는 범죄소설을 읽지 않아도 -소설 속 잔인한 죽음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손님들을 도와줄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나는 책을 파는 사람이었고, 그 일을 잘했다. 그걸로 충분했다.│303
#여덟건의완벽한살인 #피터스완슨 #노진선옮김 #푸른숲
범인은 주변에 있다는 불변의 법칙.
오랜만에 피터 스완슨 작품이라 더 반갑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작품 역시 기대를 갖고 읽었다. 가독성은 여전히 좋다. 평소 좋아하는 소재(서점, 서점 주인, 책, 미스터리, 추리소설, 스릴러)가 한 작품에 모두 나와 흥미를 더해 준다. 눈 내리는 겨울이라는 배경과 그웬의 흐릿한 생김 그리고 흰 머리의 맬컴이 빚어내는 분위기 자체가 몽환적이고 아득하다. 그래서일까. 마지막까지 아득한 느낌이 진득하게 깔려 있다.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한 날, 올드데블스 서점의 주인인 맬컴 커쇼를 찾아온 FBI 특수 요원 그웬 멀비. 맬컴이 블로그에 올린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 대로 낯선 이들이 죽고 있다. 그웬은 맬컴이 사건에 도움을 줄 사람인지, 사건에 연루된 사람인지 확인하려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맬컴은 그웬을 만나며 어떤 진실에 다가간다. 생각하지도 못한 진실을 알고 나니 또다른 진실이 밝혀져 숨을 죽이고 지켜보게 만든다.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저틀리 콕스의 《살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제임스 M. 케인의 《이중 배상》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존 D. 맥도널드의 《익사자》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에 실린 작품들이다. 전부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특히 《익사자》는 반드시 읽고 싶다.
맬컴이라는 인물에 감정이 쏠린다. 작품의 화자라서 그런 건지, 꿈의 직업인 서점 주인이라서 그런 건지, 둘 다인지. 사랑에 미치면 사람은 어디까지 가라앉을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공포스럽고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보단 고요하게 스며드는 어딘가 애잔한 사랑이 느껴지는 미스터리다.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김연덕의 《액체 상태의 사랑》 중 한 부분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완전한 사랑 역시 얼마쯤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상처도, 모험도, 다른 대상에 대한 사랑도 차단된 고요한 상태, 한 자리에 누워 한 장면만 볼 수 있는 상태, 그러니까 환하게 죽어 있는 상태.’
*푸른숲에서 증정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