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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 & 정음 1
정미림.희현 지음 / 청어람 / 2015년 3월
평점 :
제목부터 취향이더니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글을 만나다
<책 소개>
한글 전도사 오정음.
신비롭고 과학적인 한글의 매력에 눈뜨다!
“그거 알아? 총칼로 위협받던 일제강점기보다 요즘이 한글을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귀족적인 외모에 뇌까지 섹시한 대한민국 상위 1%의 훈남 이훈민.
한글에 대한 해박함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닭대가리! 다음부터 한국어 가르친다고 설치면 죽는다.”
6개 국어에, 매혹적인 오드아이를 가진 싸가지 차도남 류하.
사람 홀리는 기술이 국가공인 5단인 순정남!
“오빠라고 부르지 마! 그건 친한 사이에나 부르는 단어고, 너와 난 채무 관계일 뿐이니까.”
두 남자와 함께 인도네시아 오지 섬으로 떠나게 된 정음.
기울어져 가는 세종학회를 위해 카오 부족민에게 한글을 전파해야 한다.
그녀는 과연 한글 전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주요 키워드>
쌈닭녀, 시크남, 언어천재, 출생의 비밀, 비운의 여주
<주인공>
오정음: 작고 귀여운데 당차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파
이훈민: 살짝 냉정하지만 다정한 구석도 있고 멋있는 구석도 있는 현실파
류하: 똑 소리 나게 현명하고 원리원칙 중시하지만 감정파
이우정: 일편단심 해바라기지만 약간은 치졸하고 치사한 얌체파
<소감>
19금 로맨스만 주구장창 읽다가 건전하고 교육적인 로맨스를 읽자니 공기가 전환되는 느낌을 받았다. 첫 페이지부터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작가가 두 분이라 통일성이 없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프레즈노 유니버시티 하이스쿨. 이 책의 첫 페이지 첫 구절이다. 국내가 아닌 국외가 배경인 것도 신선했지만(주로 한국이 배경인 로맨스를 많이 읽었기 때문에) 거기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역시 국내 로맨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았다. 이를 테면 서점에 낙서를 하고 도망가는 사람을 잡는 여주라든가(물론 범인은 따로 있었지만)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여주가 인종차별을 받는다든가 깍두기를 담아 선물한다든가 그 밖에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참신할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뭔가 형식적인 로맨스의 틀을 깨고 싶어 하는 도전정신이 느껴졌다. 처음 이 작품의 소개 글을 보고 들었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뭔가 지금까지의 로맨스와는 좀 다르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 느낌이 배반당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고 뭔지 모르게 뿌듯했다. 어떤 분들은 로맨스가 적어서 아쉬웠다고 하는데 뭐, 이 정도면 한국 드라마나 보통 연애소설에서 보여줄 만큼의 분량은 뽑았다고 생각한다.
한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정음에게서 나와 비슷한 부분을 찾았다. 나도 다른 언어들도 좋아하지만 한글이 특히나 좋다. 소리 나는 대로 쉽게 쓸 수 있지만 파고들면 맞춤법부터 띄어쓰기까지 영어 못지않게 어려운 게 한글 아니던가. 그 한글에 대해 애착이 느껴져서 더 좋았던 작품인 것 같다.
숙자와 류하의 관계가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출생의 비밀이 그런 식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건 좀 식상하기도 했다. 실타래처럼 엉킨 정음과 훈민의 관계. 열일곱 정음에게 너무 가혹한 인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상은 참 치사하다. 정음이 아르바이트 하던 레스토랑의 매니저였던 존. 이 사람은 분명 천벌을 받을 거다. 이런 사람이 벌 안 받으면 정의고 법이고 있을 필요가 없다. 으으, 나쁜 놈!
그리고 이번에도 훈민보다 류하가 더 끌린다. 남자 조연이 너무 멋있게 나오는 거 아닌가? 요즘 소설 트렌드인가. 아무튼 남자 주인공보다 남자 조연이 더 끌리는 참 이상한 징크스는 이번에도 발휘됐다.
<이 장면 이 대사>
오빠…….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류하는 정음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베스트>
독특하고 참신한 에피소드 덕분에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게 몰입.
가독성 몰입도 최고.
<워스트>
여주의 인생을 너무 신파로 만들어서 그게 좀 안타까웠다.
*청어람 로맨스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