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에 킬러가 산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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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최고. 나름 후반부 반전도 괜찮았는데 예측 가능해서 조금 아쉬웠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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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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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인간이며, 이것은 세계의 운명을 거머쥔 싸움인 것을. -510쪽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어쩌나 보니, 저절로 같은 이유는 없다. 다섯 번째 계절이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오리진이라는 존재가 있게 된 이유, 수호자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문명을 발전시켰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고자 했고,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을 만들어냈고, 탐하면 안 되는 힘을 손에 넣으려 했다. 아버지 대지가 분노하는 건 당연했다. 혹독한 계절로 인해 인간이 고통받는 건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자연의 경고가 여기에 있는 듯했다. 언젠가는 이런 세계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창조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부서진 대지 3부작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에쑨의 삶이 순탄하지 않았듯 우리 인생도 순탄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행복한 날들이 있으면 또 행복하지 않은 어려운 순간도 분명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랑이 함께 하면 극복할 수 있다. 에쑨과 나쑨이 그러했듯.


다 읽기까지 버거운 순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번 정독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하다. 재독이 필수인 작품인 것 같다. 좋은 영화나 글은 다시 볼 때 더 좋게 느껴진다. 더 오래 남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재독을 권한다.


이 긴 이야기를 읽으며 호아라는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일을 보고 겪은 유일한 증인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이 되면 좋겠어.” -529쪽


모든 존재는 지금보다 더 좋은 상태를 바라며 살아간다. 다섯 번째 계절, 오벨리스크의 문, 석조 하늘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저 한 줄이 아닐까 싶다. 혐오와 차별의 눈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고, 힘을 가졌다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지 않고,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부리지 않으며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불안한 날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까지 안겨 줄 작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읽고 나면 묵직한 사랑의 마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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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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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끔찍한 것과 함께 온다. -425쪽


부서진 대지 3부작 세계관 안에는 모순된 문장이 끝없이 쏟아진다. 눈을 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왜 이렇게 역설적인 문장만 보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사랑한다면서 생명을 빼앗고, 증오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비현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다섯 번째 계절》에서는 인물 자체에 집중했다면 《오벨리스크의 문》에서는 세계를 구축하는 설정 자체에 몰입했다고 생각한다. 전편보다 더 탄탄해진 세계에서 인물 하나하나는 뚜렷한 목적을 띄고 스스로 움직인다. 뜻이 확고해지고 바로 실행에 옮겨진다. 그래서 더 두렵기도, 흥분되기도 했다. 이 대작을 SF 장르라는 틀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픽션이라는 틀에 가두기도 벅찬 느낌이다.


죽었어야 하는 자는 살았고, 죽어선 안 될 연약한 생명은 바스러졌다. 혐오와 두려움에 눈이 먼 자는 끝내 소중한 걸 잃어야 했고, 목적이 있는 자는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다. 지켜야 하는 자는 필사의 힘을 다해 소중한 이를 지켰다. 그들은 모두 살고자 했다. 혹독한 추위가 지배하는 ‘계절’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삭아빠질 ‘아버지 대지’의 증오를 잠재우려 발버둥 쳤다.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고, 달을 되찾아 계절을 끝내려 했다. 그래야 죽지 않고 살 수 있기에. 생명은 유한하다. 그게 사람이든, 사람이 아닌 존재든, 사람이라고 믿는 존재든,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의 힘을 가진 것이든 모두 다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더욱더 사랑에 절박하다. 나쑨을 지키는 샤파도, 나쑨을 사랑했던 지자도, 에쑨을 지키는 호아도, 호아를 사랑하는 에쑨도, 연약하게 꺼져간 우체도 언젠간 끝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역시 끝이 있는 삶을 살고 있기에 마냥 허구의 이야기로만 생각할 수 없다. 우리에게도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른다. 6개월 이상 이어지는 혹독한 추위. 식량 부족으로 식인을 하는 둔치들. 아둔한 혐오와 어리석은 차별로 분열되고, 끝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까지 불사하는 모습이 인간 군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소름 끼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현실이 진득하니 잘 녹아 있다.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를 만들어냈다. 멋있어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모녀는 이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 수 있는 오로진이다. 나쑨은 달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샤파에게 묻는다. 에쑨은 나쑨의 뜻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달을 되찾으면 대지는 다시 고요해질 수 있을까.


대망의 마지막 편을 남겨두고 있어 더 애타는 느낌이다. 한 번 이 세계에 발 들이고 나면 그땐 이미 늦었다. 발 빼기엔 이미 풍덩 빠져 있는 당신이 있을 테니. 비슷한 플롯에 독서 자체가 싫어질 것 같다면 얼른 오벨리스크의 문 앞으로 오시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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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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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세계가 있다.


대지의 움직임을 보닐고, 그런 대지의 힘을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오로진이라는 존재. 에쑨은 본능의 힘을 감추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흑인 여성이다. 허락되지 않은 힘이라도 되는 양 수호자가 붙어 관리하고, 그들의 힘이 세상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고 통제가 되지 않으니 임무를 주어 통제시키려 한다. 오로진의 본능은 위험하다. 한 번 시작되면 멈춤을 모르고 폭주하니.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이와 아이를 낳는 게 임무라니.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가진 대표 작품으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가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올랐다. 여성을 그저 번식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남성.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 나쁜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했다.


에쑨은 보육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여성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에쑨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서게 된다. 자신의 어린 아들 우체가 피범벅이 된 채 거실 한쪽에 식어 있었다. 남편인 지자와 어린 딸 나쑨이 보이지 않는다. 우체를 죽인 사람은 지자가 분명하다. 에쑨은 당장에 남편과 딸을 찾아 길을 나선다. 대체 우체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왜 죽여야 했던 걸까. 오로진의 힘이 그렇게도 무서웠던 걸까. 이 잔인한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암담하고 냉혹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은 세계가 여기에도 있다.


빠르고 매서운 바람이 일곱 계절 위를 기세 좋게 휩쓸고 지나간다. 수목이 좌우로 흔들리자 드디어 사태를 깨달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지면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너도 땅바닥과 함께 흔들리지만, 움직임의 패턴을 알기 때문에 기우뚱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다. 그런 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간단히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네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니까.

이 사람들이 우체를 죽였다. 이들의 혐오가, 두려움이, 이유 없는 폭력이. 바로 이들이.

(그가)

네 아들을 죽였다.

(지자가 네 아들을 죽였다.) -85~86쪽


작품의 화자가 교차하면서 세 줄기의 이야기가 각자의 방식으로 흐른다. 에쑨과 다마야, 시에나이트 모두 자신의 힘을 억압당한 채 살아간다. 이유 없이 핍박받고, 가차 없이 처벌당하는 오리진과 같은 존재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점이 가장 무섭다. 창조해낸 세계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억압당하고 통제당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지식을 동원해 그려내고자 했다. 어느 지점까지는 생소한 용어와 의미에 가로막혀 쉽게 읽을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그 첫 번째 이야기를 끝낸 지금, 솔직히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외면해서는 안 될 작품임은 분명하다. 에쑨이 길을 떠나며 만나는 사람들, 그들 앞에 닥치는 시련들 모두 현실에도 존재한다. 저자의 손끝에 담긴 날카로운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생각을 다 이해하는 건 아니다. 특히나 사랑 없는 육체관계에 대한 부분이라던가, 색욕에 눈이 멀어 배우자 외 다른 이성 또는 동성과 몸을 섞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생경한 비속어 또한 잠깐씩 흐름에 파장을 일으킨다. 작품 고유의 분위기가 강해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분명 있다.


또 다른 의미로 다섯 번째 계절을 보내고 있는 지금, 꼭 읽을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100쪽 넘기기까진 읽기 어려울 수 있다. 고비만 넘기면 점점 수월해지고 어느새 작품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SF 장르에 거부감 있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안에 담긴 건 결국 허구가 아니니. 《오벨리스크의 문》 앞으로 가 봐야겠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에쑨이 지자와 나쑨을 찾을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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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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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라도 엄마는 엄마니까.


스즈키 루리카의 후속작을 계속 기다렸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그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니 도저히 《엄마의 엄마》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부터 가슴을 맴돌아 자꾸만 생각나게 했다. 이번 역시도 마음을 사로잡는 일러스트 표지라 더욱 좋았다. 일상적인데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하나의 엄마, 마치코 같았다.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후루룩 읽히는 문장은 여전했다. 깔끔하고 담담해서 인물의 감정이 더 잘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세 편의 단편으로 묶여 있다.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지라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지만 저자를 믿고 읽어 나갔다. ‘태양은 외톨이’에서 하나의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가 등장한다. 엄마라 이름 붙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만큼 매정한 마치코의 엄마, 다쓰요 씨. 끄트머리 즈음 역시나 저자의 주특기가 펼쳐진다. 마지막에 훅, 하고 찌르는 감동.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절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이래서 내가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좋아했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는 장면이 마지막에 영화 필름처럼 지나간다.


“머, 머물 곳은 있으세요? 어디든.”

갑자기 ‘머물 곳’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사치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치코는 머물 곳이 없다고 했다. 이 사람에겐 있을까? 어딘가에.

“머물 곳? 머물 곳이라. 나한텐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어. 이 세상 어디에도. 태어났을 때부터.” -141~142쪽


다쓰요 씨는 딸이 보고 싶어 찾아왔던 걸까. 천금 같은 아이(真千子)였으니까? 다쓰요 씨가 마치코에게 한 짓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일이다. 몇 번이고 버림 받아야 했던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참 아프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머물 곳’ 하나 없던 그에게 유일하게 머물 수 있던 곳이 마치코 옆 아니었을까. 엄마니까, 엄마라서 절대 내치지 못할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 아닐까.


그 뒤에 이어진 두 편의 이야기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기도 선생님을 못 보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막판에 등장해 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기묘한 매력이 있는 기도 선생님! 저자가 기도 선생님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후속으로 써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보내긴 아주 아쉬우니 말이다.


오후에 햇살이 아주 따뜻한 날 읽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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