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국 나는 인간이며, 이것은 세계의 운명을 거머쥔 싸움인 것을. -510쪽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어쩌나 보니, 저절로 같은 이유는 없다. 다섯 번째 계절이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오리진이라는 존재가 있게 된 이유, 수호자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문명을 발전시켰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고자 했고,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을 만들어냈고, 탐하면 안 되는 힘을 손에 넣으려 했다. 아버지 대지가 분노하는 건 당연했다. 혹독한 계절로 인해 인간이 고통받는 건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자연의 경고가 여기에 있는 듯했다. 언젠가는 이런 세계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창조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부서진 대지 3부작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에쑨의 삶이 순탄하지 않았듯 우리 인생도 순탄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행복한 날들이 있으면 또 행복하지 않은 어려운 순간도 분명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랑이 함께 하면 극복할 수 있다. 에쑨과 나쑨이 그러했듯.


다 읽기까지 버거운 순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번 정독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하다. 재독이 필수인 작품인 것 같다. 좋은 영화나 글은 다시 볼 때 더 좋게 느껴진다. 더 오래 남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재독을 권한다.


이 긴 이야기를 읽으며 호아라는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일을 보고 겪은 유일한 증인이기 때문 아닐까.


“나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이 되면 좋겠어.” -529쪽


모든 존재는 지금보다 더 좋은 상태를 바라며 살아간다. 다섯 번째 계절, 오벨리스크의 문, 석조 하늘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저 한 줄이 아닐까 싶다. 혐오와 차별의 눈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고, 힘을 가졌다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지 않고,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부리지 않으며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불안한 날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까지 안겨 줄 작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읽고 나면 묵직한 사랑의 마음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