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형태라도 엄마는 엄마니까.


스즈키 루리카의 후속작을 계속 기다렸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그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니 도저히 《엄마의 엄마》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부터 가슴을 맴돌아 자꾸만 생각나게 했다. 이번 역시도 마음을 사로잡는 일러스트 표지라 더욱 좋았다. 일상적인데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하나의 엄마, 마치코 같았다.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후루룩 읽히는 문장은 여전했다. 깔끔하고 담담해서 인물의 감정이 더 잘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세 편의 단편으로 묶여 있다.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지라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지만 저자를 믿고 읽어 나갔다. ‘태양은 외톨이’에서 하나의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가 등장한다. 엄마라 이름 붙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만큼 매정한 마치코의 엄마, 다쓰요 씨. 끄트머리 즈음 역시나 저자의 주특기가 펼쳐진다. 마지막에 훅, 하고 찌르는 감동.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절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이래서 내가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좋아했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는 장면이 마지막에 영화 필름처럼 지나간다.


“머, 머물 곳은 있으세요? 어디든.”

갑자기 ‘머물 곳’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사치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치코는 머물 곳이 없다고 했다. 이 사람에겐 있을까? 어딘가에.

“머물 곳? 머물 곳이라. 나한텐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어. 이 세상 어디에도. 태어났을 때부터.” -141~142쪽


다쓰요 씨는 딸이 보고 싶어 찾아왔던 걸까. 천금 같은 아이(真千子)였으니까? 다쓰요 씨가 마치코에게 한 짓은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일이다. 몇 번이고 버림 받아야 했던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참 아프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머물 곳’ 하나 없던 그에게 유일하게 머물 수 있던 곳이 마치코 옆 아니었을까. 엄마니까, 엄마라서 절대 내치지 못할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 아닐까.


그 뒤에 이어진 두 편의 이야기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기도 선생님을 못 보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막판에 등장해 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기묘한 매력이 있는 기도 선생님! 저자가 기도 선생님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후속으로 써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보내긴 아주 아쉬우니 말이다.


오후에 햇살이 아주 따뜻한 날 읽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