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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이 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적어도 독자로서 책을 접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은, 분명 인간을 '한 명의 시민'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소설가와 시인을 포함한 작가들과 문학평론가, 사회학자, 정신분석학자들이 세월호를 주제로 짧은 글들을 써, 이것들을 출판해 낸 책이다.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딱 제작비용만큼의 가격을 매겨놓고 판매하고 있었고, 작가들의 인세를 포함한 출판수익금은 전부,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데 쓴다고 해, 그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구매해 읽었다.
'책의 리뷰'라는 행위가 별 의미있는 책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논평을 통해 미학적으로 새로운 담론을 꺼내 '참 아름다운 칼럼모음'이었다고, 혹은 어떤 어떤 점은 부족했다고, 굳이 평가한다면 평가할 수 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학적으로 새로운 책'을 만드는 것이 이 책을 만든 목적은 아닐 것이다. 아니, 이 책의 목적은 다시는 이런 책이 나와선 안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는지 모른다. 이런 책이 나와야 할 만큼, 사회가 병들었다는 건,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비극적인 일이니까.
세월호를 다룬 책이다. 4월 16일 이후부터 '세월호'는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가 일어났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아이들, 혹은 승객들이 제 때 구조 받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박민규 작가가 책에서 이미 분류해놓은 바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도, 세월호안에 갇힌 탑승객들을 국가가 구하지 않은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어야 했을 일이었다. 물론, 이 두 가지 결의 문제들이 발생하는 데에는 많은 요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문제발생의 결이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던 사고였고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사실들을 잊지 않았다면, 사고도,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돈벌이라는 이름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이름으로, 규제를 풀고 또 풀어 무게중심이 무너질 정도로 물건을 실어 넣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로비를 통해 선상에 무리가 갈 정도까지 배를 증축 하지 않았다면, 만일 필요에 따라 증축을 하더라도 정말 이렇게 미친듯이, 무분별하게 증축을 하지 않았다면, '너희의 돈벌이'가 거기에 탄 탑승객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게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국민을 구조하는 책임을 갖고있는 하나의 '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이 사고를 대처했다면, 구조하는 역할을 해내야 하는 이들이 구조를 했다면,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고 그 때, 구조를 했다면, 지금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월호가 안타깝게 침몰했는데, 우리는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몰매를 맞을 지도 몰라요. 아 근데 그게 솔직히 정부와 여당의 책임입니까? 유병언 회장의 잘못아닙니까? 괜히 우리만 몰매 맞게 생긴 겁니다. 곧 있으면 7월에 재보궐 선거인데, 좀 도와주세요."
라는 얘기만 들었다.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는데 도대체 누가 뭘 어떻게 도와줘야되는 건지, 왜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왜 좌우의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좌우의 문제야? 정말? 좌우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않았으면, 잘못한 거라고 왼쪽을 보고 말하든, 오른쪽을 보고 말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왜 애들이 죽었는데, 너희들 좌파냐는 얘기를 못해서 안달이 난 건가. 그뿐인가. 종편에선 하루 왠종일 유병언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유병언 회장만 잡으면,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대한민국의 문제가 해결될 것마냥 떠들었다. 단식투쟁하는 유가족 앞에서,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 피자인지, 치킨인지를 먹는 이들도 있었다.
너무 많은 종류의 폭력이 너무 짧은 시기에 너무 빠르게 휘몰아쳐댔던 것이다.
우리는 진짜 엉망진창인 한 해를 보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엉망진창인 한 해에, 2014년에, 저런 재앙이 일어났는데도, 나는 그냥 내 삶을 살았다. 물론 별달리 내가 뭘 할 수 있었을런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런 사회, 이런 공동체에 함께 있는 구성원이라서 부끄러운 것이다.
뭐, 내가, 발 벗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내가 빨간 띠 머리에 두르고, 책임자를 규탄한다. 라고 떠드는 건 괜한 오지랖일는지 모른다. 뭐, 내가 무슨 대단한 운동권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 1조 2항을 읊을 것도 아니다. 한 명의 시민이지만, 한 명의 생활인이니까. 2015년엔 2015년의 내 삶을, 물론 살아가겠지.
하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최소한 저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났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적어도, 유가족들이 꿋꿋이 지지않고 버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