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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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1Q84이후 하루키의 글을 기다려왔다. 3년만에 나온 그의 소설은 기다림에 비하면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문학적인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나의 소양이 미치지 못함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문체는 별로 변함이 없으나 구성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쓰쿠루가 그룹에서 이탈되어버린 상황설정과 그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으나, 너무나 단순한 구성이 아닌가 한다. 하루키 팬들이 극한 반대를 할지는 모르겠다. 나 역시 하루키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고, 일본에 살 때는 소설 속 배경을 찾아 다닌 적도 있었으니 안티 하루키는 아닌 사람이다.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하이다의 이야기가 연결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하이다와 그의 아버지 이야기가 쓰쿠루의 단절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의아하다. 시로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 아님 2편을 생각하고 여지로 남겨둔 것인가?

사라와의 관계를 왜 물음표로 남겨두었을까? 역시 2편을 생각한 것인가? 아님 그냥 물음표로 남겨둔 것인가? 그래서 쓰쿠루는 무엇을 얻었고 어떻게 살아간다는 것인가?

하루키의 여느 문체처럼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 않고 설명에 많은 부문이 할애된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휴가철에 아무런 그냥 편안한 시간을 보낼려고 책장을 넘긴다면 훌륭한 책이다. 그렇지만 책을 덥고 난 뒤 무엇이 남아있을 것인가는 개인의 취향과 흡입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본문 중에서..

p.11. 소외감과 고독은 몇 백 킬로미터 길이의 케이블로 변했고 거대한 원치가 그것을 팽팽하게 조였다.

p.22.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는 일이란 마치 단위가 없는 물질을 계량하는 것과 같았다. 저울의 바늘이 지인 소리를 내며 딱 한 군데를 가리키지 않는다.

p.92. 아무리 평온하게 가지런해 보이는 인생에도 어딘가 반드시 커다란 파탄의 시절이 있는 것 같거든요. 미치기 위한 시기라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인간에게는 아마도 그런 전환기 같은 게 필요한 거겠죠.

p.116. 논리의 실을 활용하여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자기 몸에 잘 맞게 바느질로 붙여 가는 거야.

p.419. 다자키 쓰쿠루에게는 가야 할 장소가 없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하나의 테제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는 가야 할 장소도 없고 돌아갈 장소도 없다. 예전에 그런 게 있었던 적도 없고, 지금도 없다. 그에게 유일한 장소는 지금 이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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