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예정인 루퍼트 샌더스 감독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한 장면
-아래 필자인 이나미 마사히코 교수가 착용한 광학미체를 하고 있다.
광학미체를 착용한 이나미 마사히코 교수
위 사진을 보면 피사체가 카멜레온처럼 배경에 융합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겉옷과 주변의 풍경이 서로 동화된 듯 보인다. 이것이 바로 ‘광학미채(光學迷彩, Optical Camouflage)다. 움직이고 있는 인간 신체가 배경과 융화되어 투명하게 비친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광학미채는 많은 해외 미디어에서 소개되었고 실연광경을 촬영한 동영상은 ‘유튜브(YouTube)’에도 올라와 있다. 사진처럼 저자가 등장한 이 동영상은 시청횟수 누계가 어림잡아 수백만 회에 이른다. ‘광학미채’는 미국 「타임」지 선정 2003년도 ‘가장 우수한 발명(Coolest Invention of the Year)’으로 보도되었다.
원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광학미채에는 도로의 표지 등에 사용되는 ‘재귀성반사재(Retro Reflective)’가 쓰인다. 재귀성반사재는 빛이 입사하는 방향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반사하는 성질을 띠고 있어 투영된 빛을 난반사하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요철이 있는 스크린에 여러 대의 영사기를 통해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주변의 밝기와 상관없이 주변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광학미채를 착용한 인물이 주변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다음 컴퓨터로 영상을 바로잡고 다시 영사기를 통해 입체영상을 투영한다. 그러면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화면 속의 겉옷 부분이 투명하게 보인다.
이러한 ‘광학미채를 왜 전환의 계기라고 하는가?’ 바로 SF(Science Fiction) 작품에서 느꼈던 강렬한 예감 때문이다. 광학미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많은 연구가 속속 이어진 이유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다. 광학미채는 재귀성반사재와 영사기를 이용하여 특수 안경 없이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재귀성 투영기술’이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동기인 가와카미 나오키와 함께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 때 불현듯 만화 『공각기동대』를 떠올렸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주인공 구사나기 모토코가 ‘열광학미채(Thermo-optical Camouflage)’를 몸에 휘감고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어둠과 동화되듯이 사라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열광학미채는 특수한 광학기술을 응용하여 착용한 사람의 모습을 위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여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 앞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의 몸을 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광학미채다.
SF는 공통언어
SF작품은 연구자에게 실로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엔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SF작품은 일반인들에게 연구자의 연구 작업을 알기 쉽도록 전달하는 언어로서, 그리고 연구자들끼리는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언어로 기능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외에 2001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걸작이자 인공지능을 주제로 다룬 《A. I.》라는 SF작품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일반인들은 ‘도대체 인공지능이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실현 가능한 기술은 무엇이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투자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개발도 사회에서 응용할 수 있을 때만 국가나 기업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무엇을 위한 기술개발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에 투자를 유치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SF작품을 통해 미래의 기술이 지닌 전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목적(WHAT)을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사회에 널리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편, 조금 낯선 얘기일지 모르나 연구자들은 그들 사이의 공통 언어로 SF에 등장하는 기술이나 인물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논문 등 공식적인 자리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같은 연구실이나 학회에 소속된 연구자들끼리는 오히려 영화 《스타워즈》나 《스타트렉》과 같은 SF 명작을 거론하는 편이 훨씬 대화를 풀어 나가기가 쉽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며 SF작품을 예로 들면 “그것 말씀이군요.” 하며 바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만화 『도라에몽』 마술 도구까지도 잘 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SF작품은 사람과 기술 및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언어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년 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연재는 총 10회로 3월 10일까지 매주 3회 연재됩니다.
SF매니아와 로봇,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매주 월, 수, 금을 기다려 주세요^^
<연재 목차>
01> SF를 통한 영감
02> 목적(WHAT)과 수단(HOW)의 작용
03> 센서 기술로 사이보그를 실현
04> 의수도 보철에서 증강으로
05>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인공외골격
06> 새로운 신체를 받아들이는 뇌
07> 마치 영화 슈퍼맨처럼…
08> 사용하기 편한 인간형의 신체
09> 신체를 교환하다
10>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타다
『슈퍼인간의 탄생』 출간 전 연재 이벤트(~3/14 마감)
기대평 댓글을 달아주세요. 출간 전 연재 종료 후 3명을 추첨해
『슈퍼인간의 탄생』을 1권씩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