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테츠트보'라든가, 니콜라예프스크 같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 현기증을 느끼며 사랑한다. 한 번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맛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를 환상 속으로 이끄는 그 모든 낯선 감각의 경험들이 사랑의 거의 전부다.' (31p)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렷해진다는 건 바로 그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36p)

 

'내 몸에는 어떠한 소망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죽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겁낸 건 바로 눈물이었다. 늙은 나무에 피는 꽃처럼. 내 마른 몸에서 눈물 같은 게 나올까봐.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인간으로 볼까봐. 친절을 베풀고 나를 감싸 안을까봐. 그리하여 사람들이 인간의 도리를 모르는 나 같은 놈도.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며 어떠한 사람으로 되며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나 같은 놈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까봐.'(12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2년간 자취 생활을 하면서 얻은 즐거움이 있다면 저녁 때 쯤 하릴없이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트도 한 바퀴 돌고, 그 위에 있는 대형 문구점도 한 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꼭 들리는 곳이 춘천에서 꽤 큰 규모의 서점이었다. 언제나 소설책을 훑어본 다음에 여행 서적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는데 그때 책 제목보다 그의 이름이 더 먼저 띄었다.  

그렇다. 난 그때 이미도 김연수 작가를 심하게 편애하고 있었다. 책 제목 조차 '여행할 권리'라고 했다. 그래! 우리 모두 여행할 권리가 있어. 이렇게 지루한 일상을 벗어버리고 떠나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두말 않고 책을 샀다.  아.. 책의 겉표지 조차 어찌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는지. 새벽 미명같기도 하고 어두운 밤 같기도 한 쭉 뻗은 도로에 덩그러니 여행 가방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누군가 나를 저 아무도 없는 곳에 떨어뜨려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와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연수 작가의 여행기록이라기보다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가 쓰는 소설의 무대가 되는 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가던 중 한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게 다 외로움 때문이다. 외로움은 멧돼지처럼 힘이 세다. 꼼짝 못한다.'  

난 그 문장을 스무 번 정도 반복해서 읽었고 얼마간 다음 장으로 넘기지 못했다. 김연수 작가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춘천에서 느끼고 있던 외로움과 같은 색깔이었을까? 그것이 비록 다른 빛깔의 외로움이라고 할지라도 그 외로움의 무게가 멧돼지처럼 무거웠다는 것은 김연수 작가도 나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여행길에서, 나는 일상에서 느끼고 있을 뿐.  

우리는 많은 이유를 안고 여행을 한다. 여행이 누구에게나 대단한 의미이고, 인생의 전환점일 수는 없다. 여행 자체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는 없다. 여행에서 경험한 것이, 그것을 통해 바뀐 나의 태도가, 나의 가치관이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번쯤은 여행을 꼭 해야할 의무가 있고,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할 권리라는 책은 그것을 읽는 것 만으로 외로움의 무게를 덜어주고,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 생각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놀이 탐구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 이상원 옮김 / 에코의서재 / 2008년 7월
품절


어떻게 즉흥작업을 배울 수 있을까? 아마 유일하게 가능한 대답은 "무엇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을까?"라는 질문이리라. 즉각적인 창조 작업은 깊숙한 내면에서 나온다. 이는 자기 자신의 순전한 모습이다.우리가 표현해야 하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 결국 창조 작업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걷고 갇혀 있는 무언가를 풀어주는 것이다.-14p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