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테츠트보'라든가, 니콜라예프스크 같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 현기증을 느끼며 사랑한다. 한 번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맛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를 환상 속으로 이끄는 그 모든 낯선 감각의 경험들이 사랑의 거의 전부다.' (31p)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렷해진다는 건 바로 그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36p)

 

'내 몸에는 어떠한 소망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죽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겁낸 건 바로 눈물이었다. 늙은 나무에 피는 꽃처럼. 내 마른 몸에서 눈물 같은 게 나올까봐.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인간으로 볼까봐. 친절을 베풀고 나를 감싸 안을까봐. 그리하여 사람들이 인간의 도리를 모르는 나 같은 놈도.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며 어떠한 사람으로 되며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나 같은 놈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까봐.'(1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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