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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도대체 왜 그러는겨~"
조필승에게 큰 딸이 하는 소리다. 조필승은 억울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본다. 딸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 가버린다.
거북이 달린다에 나오는 조필승의 현 상황, 또 그의 위치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장면이다. 초등학생 딸에게 구박을 받는 아빠, 비오는 날 속옷만 입고 쫓겨나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 바로 충남 예산의 형사 노릇을 하고 있는 조필승이다. 조필승은 하릴없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오합지졸같은 친구들과 어울린다. 어느 날 부인의 통장을 털어 소싸움 도박판에 돈을 걸었는데 그것이 덜컥 대박이 터지고야 말았다. 조필승은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즈음 마을로 숨어든 탈주범 송기태에게 그 돈을 싹 털리고 만다. 하지만 돈을 털렸다는 사실보다 그의 복장을 터지게 한건 송기태에게 맞을 만큼 흠씬 매를 두들겨 맞고 "너 형사 맞냐?" 라는 비웃음을 들은 것이다.

조필승은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송기태와 일대 일로 붙기 위해서! 오로지 그 이유 뿐이다. 그런데 송기태는 당연히 조필승과 상대해 줄 마음이 없다. 송기태는 어서 이 나라를 떠야 하는데 조필승은 그런 그를 자꾸 훼방을 놓는다. 송기태는 "도 너냐? 다음에 만나면 죽는다." 라고 엄포를 놓는다. 과연 조필승은 송기태에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조필승은 송기태를 잡을 것인가?
거북이 달린다 는 농촌 스릴러다. 스릴러는 스릴런데 진한 막걸리 냄새가 난다. 생활 연기의 달인 (송강호와 더불어) 김윤석은 그냥 조필승 자체이다. 대사 한 마디당 씨*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대사가 없다. 그런데 그가 입만 열면 웃음이 터진다. 송기태를 잡으려고 아둥바둥 하면 할 수록 그는 송기태에게 당하고, 그의 어리바리한 친구들은 덩달아 당한다. 그런데도 그가 포기할 수 없는 건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딸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겨~"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건 도무지 아버지로서 위신이 서지 않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거북이 송기태는 아버지로서 달린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은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말 그대로 감동의 도가니!
나는 우리 아버지들이 송기태처럼 제발 달려주시길 바란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땀 나게 달려주셨으면 한다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 부인의 구멍난 팬티를 위해서. 아버지들은 어느 순간 열정을 잃었고, 눈빛은 언제나 피로하다. 그런 아버지에게 아이들은 말 한마디 걸 수가 없다.
아. 나는 땀냄새 진하게 나는 조필승에게 한번 안기고 싶다. 그의 후덕한 덩치로 그의 딸을 안듯이 투박하게 안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