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도대체 언제부터 자식과 엄마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는걸까? 언제부터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부모는 자식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완벽하게 서로에게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없는걸까? 그것을 깨닫는 순간 모두 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도대체 왜? 라는 지긋지긋한 물음이었다.

 

스물여덞살의 도준은 아직도 엄마와 잔다. 그날 밤도 그는 엄마와 마주보고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여고생 시체 하나가 동네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빨래처럼 널려 있었다. 형사는 시체 근처에 떨어져 있던 도준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골프공을 찾아내고 도준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엄마는 만만한게 우리 도준이라며 형사를 붙잡고 늘어졌지만 이건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엄마는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검은 우비를 입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여고생이 죽은 옥상을 뛰어오르기도 하고, 비닐 장갑을 챙겨 들고 누군가의 집에 숨어들기도 한다.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엄마의 눈빛은 점점 광기에 휩싸인다.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도준은 교도소에서 바보라는 놀림에 또 싸움박질을 했다. 말그대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서 도준은 엄마에게 맞다보니까 중요한게 생각났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면회실 유리 가까이 다가선 엄마에게 가장 무서운 진실 하나를 들려준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이것은 극한의 모성애를 그린 영화가 아니라 엄마의 죗값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2시간 20분동안 우리는 엄마가 죄의 대가를 치루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임과 동시에 절대 끝나지 않을 이야기다.

 

엄마는 첫 장면에서 비칠비칠 춤을 춘다. 몇명의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그것은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한 춤이었다. 우스운 몸동작이었다. 그러다가 엄마는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뗐다.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래도 엄마는 춤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는 또 한번 춤을 췄다. 관광버스 안이었다. 엄마는 도준이 건넨 침통에서 침을 하나 빼서 속에 꽉 막힌 것을 풀어주는 침자리에 침을 하나 놓았다. 그리고 일어나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아줌마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 팔을 흔들어 댔다. 멀리서 해가 지고 있었고, 버스 안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뒤엉켜 보였다.

엄마가 춤을 출 때 마다 나는 엄마의 발에 빨간 구두가 신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영원히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저주에 걸린 빨간 구두를 신어버린 것 같았다. 엄마는 춤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자식을 안고 가는 동안, 그 자식을 버리지 않는 한 엄마는 그 춤을 멈출 수가 없다.

 

이건 진짜 이야기다. 진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것이 사실은 죄책감과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동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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