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 뿐이다. 사람도 없는 막차버스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집에까지 가는 동안 뭐가 그리 즐거웠던지 한없이 웃었던 기억, 아파트 근처 으슥한 벤치에 어깨를 붙이고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말을 멈추고 어색한 마음에 둘이서 처음 입맞췄던 기억, 자존심 때문에 공연히 투정을 부리다가 되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어 그만 혼자서 울어버린 기억, 사랑이 끝난 뒤 지도에 나오는 길과 지도에 나오지 않는 길과, 차가 다니는 길과 가다니지 않는 길과, 가로수가 드리워진 길과 어두운 하늘만 보이던 길을 하염없이 걸어다니던 기억, 모든 게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처럼 사랑했던 마음은 반품시켜야만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한 때 우리가 무너가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물, 질투가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했다는 증거를 제사할 수 없다.

 

 

 

아니, 도대체 김연수는 모르는게 뭐야! 그는 심지어 사랑이 뭔지도 알아!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준비가 많이 필요한 소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막간을 이용해서 쓴 소설이란다. 막간을 이용해서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냐 말이다!  

이런 질 낮은 (?) 감상문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의 입장이 아니라 팬의 입장이 된다.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 열렬한 팬의 심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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