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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누 민족의 비석 ㅣ 동문선 현대신서 200
가야노 시게루 지음, 심우성 옮김 / 동문선 / 2007년 4월
평점 :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하면서 제국주의로 나아갈 때 자신들의 주인됨을 강탈당해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 있었다.
일본 동쪽에 있던 아이누 서쪽에 있던 류쿠(오키나와) 사람들 그리고 대만과 함께 조선인들이 그러했다.
이 책 “아이누 민족의 비석”은 메이지 때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모(일본인을 부르는 아이누 말)들의 진출로 어떻게 아이누들이 일본인들의 노예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어갔으며 정체성을 잃어갔는지를 저자가 자기 조상의 이야기와 자기 인생을 톱아 보면서(샅샅이 더듬어 가면서 살피다.) 쓴 책의 문고판이다.
아마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미국 인디언 멸망사”를 읽어보신 분이라며 백인들이 아메리카에 진출하면서 어떻게 미국 원주민들이 죽어갔는지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들 미국인에 개항되어 서구 근대화를 추진한 일본이 홋카이도에서 바로 미국에서 흑인 노예를 부렸듯이 아이누들을 칼로 위협해 마을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다 노예로 삼아 혹사하는 일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없어지면 다시 다른 아이누 마을 사람들을 노예로 끌어다 부려 먹었으며 메이지 시대에 더욱 가혹해진 수탈은 결국 아이 누들이 살고 있던 풍요로운 땅을 강탈하고 백인들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메마른 보호구역으로 내몰듯이 아이누들을 내몰아 결국 굶어 죽게 하는 일이었다.
수렵민족으로 부족단위로 흩어져 살면서 다툼이 생기면 결코 무력이 아닌 몇 날 며칠을 잠을 자지 않고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문화를 가진 그들이 두 자루나 되는 칼을 허리에 차고 들어온 샤모들에게 했던 저항들이 무참히 실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였다.
지은이 가야노 시게루는 자기 조상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샤모들이 아이 누들의 땅 홋카이도를 강탈하였으며 노예로 삼고 죽도록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자라면서 아이누로서의 정체성이 어떻게 혼란을 겪었는지 솔직하게 담고 있다.
이야기는 그가 어떻게 자라 어른이 되어갔으며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실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그리고 그가 바라는 웹타랍(아이누말 꿈)이 어떻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지 밝히면서 책을 끝마치고 있다.
“가야노 씨, 들어보시게나. 땅을 파면 석기도 나오고 토기도 나오지만, 말, 우리 들 조상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네. 언어는 땅에 묻을 수가 없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을 수도 없지. 입에서 입으로 단지 그것뿐이라네. 바라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아이누 말을 가르쳐 주게나......”
문자를 갖지 못했던 아이누 노인이 지은이에게 당부했던 말입니다.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더는 아무런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