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ㅣ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프롬의 책을 현대에 맞게 재구성한 책으로, 프롬의 핵심 메시지를 오늘날의 언어로 엮어 냈다.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등 에리히 프롬의 책은 이미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프롬의 책을 직접, 꼼꼼히 읽고 이해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프롬의 책을 들어본 사람은 꽤 많겠지만 프롬의 책을 읽고 이해하고 자기화한 사람은 적지 않을까?

이 책의 역자 이근오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롬의 사상을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프롬은 "사랑은 인간 존재에 대한 이성적이고 만족스러운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역자는 프롬이 여러 저작에 걸쳐 이야기한 성숙한 사랑의 개념과 특징을 솜씨 좋게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사랑이 궁금한 사람, 사랑이 어려운 사람, 성숙하고 깊은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자기의 사랑관과 사랑 방식을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소유하고 통제하는 일방적 관계나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는 의존적 관계가 아닌, 서로의 성장을 지지하고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하는 성숙하고 깊은 사랑의 '기술'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책 곳곳에 미니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이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자신의 사랑, 관계 방식을 점검해 볼 수 있다. 만약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체크리스트를 보고 서로의 관계 맺음 방식을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더 나은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같이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안전함, 확신이 아니라 불안을 용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성숙한 사랑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프롬의 말이 마음에 가장 와닿았다. 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불안해하고 더 사랑받기 위해 애쓰면서 지칠 때가 있다.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는 불안을 용인하고 함께 견디고 서로 맞춰가는 연습과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프롬은 사랑은 자연스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배워야 하는 이성적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그것만 잘 기억하고 이해해도 지금보다는 덜 불안하고 덜 집착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역자 이근오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해야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랑을 포기하는 건 삶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이 책은 사랑을 키워드로 삼고 있지만 프롬의 주요 저작을 간명하게 정리해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프롬의 사상이 궁금하다면,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