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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 20세기 천재 철학자의 인생 수업 ㅣ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임재성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소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관심이 살짝 있었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져서 공부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토막토막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를 읽긴 했지만 제대로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탐색해 본 적은 없었다.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비트겐슈타인을 조금이나마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면, 언어, 사유, 통찰, 삶의 의미,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담긴 지혜를 36개로 정리하여 제시했다. 특히, 한 편의 글 끝에는 독자의 삶과 비트겐슈타인의 지혜를 연결하도록 이끄는 질문이 있다. '마흔'에 비트겐슈타인을 읽는 건 스물이나 서른에 비트겐슈타인을 읽는 것과 어떻게, 왜 다를까?

굳이 책 제목에 '마흔에 읽는'이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살짝 의아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마흔'이라는 나이를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생에서 가지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마흔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만큼 많은 혼란과 불안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자신만의 중심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의 인생이 험난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흔들리는 마흔에게 비트겐슈타인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언은 큰 도움이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기도를 남겼다고 한다. "내가 더 깊이 사고할 수 있기를, 세상의 이치가 마침내 나에게 분명해지기를.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연장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기를 신에게 기원합니다. (295쪽)"
비트겐슈타인은 그저 생존하는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늘 치열하게 사유하고 실천하는 삶을 지향한 철학자다. 그 철학자의 철학과 삶에서 저자가 길어올린 핵심 메시지가 이 책에 담겼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을 통해 마흔을 이해하고, 마흔 이후의 삶을 더 날카롭게, 더 자기답게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의 강점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꼭 필요한 부분을 적재적소에 인용해서 그에 관한 해석을 저자만의 또렷한 관점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철학적 지혜를 보다 쉽게, 가깝게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