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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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의 명백히 사적인 관점이 담긴 인터뷰집


인터뷰어 이충걸을 프롤로그에서 명백히 밝힌다. "이 글은 모아놓은 질문, 쓸어 모은 대답이 아니라 기나긴 모니터링과 외로운 의심 끝에 적힌 것"이라고. 이 인터뷰집의 주인공은 어쩌면 11명의 인터뷰이가 아니라 단 한 명의 인터뷰어이자 서술자인 이충걸이 아닐까. 그 점이 이 책이 가진 독특한 매력의 근원이다.




이충걸과 함께 만나는 최백호, 강백호, 법륜, 강유미, 정현채, 강경화, 진태옥, 김대진, 장석주, 차준환, 박정자


이름은 들어봤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이충걸이라는 렌즈를 통과해서 만났다. 그리고 나는 최백호 노래를 찾아 듣고, 야구의 룰이 궁금해졌고, 박정자의 연극 공연을 보러가고 싶어졌다. 그건 이충걸의 힘일까. 인터뷰이들의 매력일까. 그 매력을 섬세히 포착해서 드러낸 이충걸의 힘이 살짝 더 크게 다가왔다. 나에겐.


이충걸과 인터뷰를 한다면


이충걸과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이충걸의 밀도 높은 질문을 받고 나름의 대답을 주고 그 대답이 이충걸의 머리와 마음을 거쳐 손으로 정리되어 나온 글을 읽고 싶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 속을 그렇게라도 들여다 보고 싶다.



지금의 노래, 최백호

"잃어버린 낭만이란 시간이죠. 젊은 시절 어떤 실연의 상처마저도 지금은 아쉬우니까요."

이것을 작위적인 미학의 절대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죽음의 왈츠, 박정자

"또 어느 날, 분장실에서 무대로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갈 때 먼지가 싹 날리면 사람들 몰래 뭉쳐진 먼지를 주워요. 난 그 먼지조차 고마운 거예요."

연극을 한다는 건 희망 없고 무분별한 사랑에 빠지는 것. 연극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데, 살 수 없다면 연극을 할 수도 없는 것. 모든 예술가는 괴짜가 되어야 하고, 보헤미안은 퇴짜 맞은 이들의 피난처란 말은 다 틀렸다. 먼지 덩이를 줍는 배우야말로 가장 수공업적인 연극의 이데올로기 아닌가. 연극은 물음표가 붙은 땅. 시공 너머로 가기엔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미래. 영광스러운 허기의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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