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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개벙개 1
하츠키 교 지음 / 아선미디어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이 만화는 얼굴과 몸매가 아주 매력적인 여자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소프트 포르노라 할 수 있다.(평점은 내용보다는 그림이 괜찮다는 점에서 별 4개를 주었다.)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작은 빨간 경고문구를 보았을 때만 해도 '이런 공개적으로 팔리는 코믹스 만화가 야해 봤자 얼마나 야하길래 19세 미만 구독불가란 말인가. 다 상술이다, 호들갑들 떨기는...' 이렇게 혼자말을 했다. 그러나 1권을 다 보자마자, '야 정말 야하네. 그것보다 어떻게 이렇게 버젓이 공개적으로 팔리는 만화에 이정도 위험 수위의 섹스 묘사가 등장할 수 있지?'하며 놀라게 되었다.
SF 판타지가 그렇듯이, 일종의 성적 판타지인 포르노 역시 그것들만의 고유한 문법이랄까, 스테레오타입화된 패턴이 있다. 체위, 신음 소리, 시간 경과에 따른 흥분된 표정과 대사 등이 바로 그런 정형화된 패턴들에 속한다. 어떤 이야기에 대해 그것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결정해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패턴들이지만, 동시에 그 작품의 독특함과 신선한 재미를 파괴하고 뻔한 죽은 이야기로 김 빼는 것 또한 바로 그러한 패턴들이다. 결국 영화나 만화나 소설이나 그것이 이야기라면 해당 이야기가 겨냥하고 있는 장르의 전형적인 문법적 특성들을 어느 정도는 노출함으로써 독자가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예상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독자에게 정형화되어 있던 기존 문법에서 결정적으로 벗어남으로써 그 이야기 자체만의 독특함과 고유성을 독자에게 각인시켜야만 비로소 그 작품은 살아 있는 의미로서 독자의 마음에 침투하여 독자의 마음을 점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만화 '벙개벙개'는 포르노 만화의 정형화된 패턴을 얼마나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얼마나 자기 고유성을 획득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일단 어디까지나 이 만화가 만족을 선사하려고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자는 남자이다. 이야기 주인공 에이타로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그가 여러 스타일의 여자들과 성적인 관계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통상적인 비디오 포르노가 고정된 남녀(들)에 대한 변동적이고 다양한 체위를 보여주는 데 반해, 이 만화는 변동적이고 다양한 남녀(들)에 대한 비슷한 체위를 보여준다. 만화의 특성상 얼굴과 몸매가 남자들이 꿈꾸는 다양한 조합을 거의 완벽하게 만족시킬 정도로 다양하게 제시된다.(섹시한 얼굴, 귀여운 얼굴, 순진한 얼굴)(적극적인 성격, 은근한 성격, 열녀형 성격)(포동포동한 몸매, 날씬한 몸매)(직장에서, 동네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옛고향에서)등의 다양한 상황이 제시된다.
포르노는 일종의 판타지이며, 판타지는 상상력의 영역으로서 장르적 패턴의 전형적 표현과 반전이 중요한데, 포르노에서는 주로 인물들을 통해 그러한 장르적 패턴을 표현하기 때문에,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비디오 촬영보다는 만화가 그 표현 매체로서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 원하는 만큼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만족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는 남자라면 이 만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