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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포스트모던적 모던 1 ㅣ 책세상총서 20
볼프강 벨쉬 지음, 박민수 옮김 / 책세상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합리성의 다양한 형식들이 실질적으로 제휴할 수 있는 통일성 형식을 찾는 것'이 긴요한 문제임을 역설하며, 저자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산물이다. 문제를 제시하는 저자의 인상적인 문장을 직접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다원성을 인정하되, 그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이성 유형들의 통일 형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우리가 단호하게 다원주의로 이행함으로써 겨우 벗어난 전체주의를 다시 뒷문으로 불러들이지 않고도 마련할 수 있는 이성의 통일 형식이란 어떤 것인가? 합리성의 다양한 형식들이 실질적으로 제휴할 수 있는 통일성 형식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최대 과제이다.' (- 이상, 벨쉬의 본문 인용 끝)
근대를 거쳐 나온 모던의 지속적인 주요 관심사인, 합리성의 분화된 다양한 형식들이 온전히 그 개별적 다양성과 개별적 형식 안에서의 일관성을 온전히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합리성의 하나 이상의 형식들이 서로 결합될 수 있도록 하는 실제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 엄밀한 포스트모던의 근본적인 관심사인 이 주제에 대해 벨쉬 자신이 정리해 제시하고 있는 해답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벨쉬가 소개한 리오타르의 제안은, '철학적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리오타르가 주창하는 '철학적 정치'는, 조금 더 다수의 위치를 차지했다는 점을 이용해 어떤 일부분의 입장을 전체에 강요했던 전체주의적 근대의 주변 세력 잠재우기에 대항해, 이제 철학자들은 현격한 근본적 차이를 보여 서로 경쟁하며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건에 참여해 여러 다양한 주변적 규칙 체계들과 형식들의 입장에 대해서 일관되게 해명하고 주장해주기라고 한다.
즉, 이제 정의는 법원의 판사가 법에 기록되어 있는 어떤 지배자적 위치의 일방의 규칙과 형식만을 선언함으로써가 아니라, 변호사가 법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소외된 주변 세력들의 다양한 규칙들과 형식들도 분명하게 시끄럽게 떠들어줌으로써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벨쉬는 이런 리오타르의 제안에 대해, 그 애초의 문제점을 진단할 때 너무 다원성의 차이만을 강조한 나머지 그 차이들의 결합에 대해서는 냉혹하게 결별하도록 부추겼고, 따라서 그 처방전 역시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차이들이 서로 결합하고 교차하는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벨쉬 자신 역시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니.
실망스러운 기분에 나는 다시금 다음처럼 작게 속으로 웅얼거리게 된다: '역시, 철학이 그렇지 뭐.. 철학아, 왜 실제적인 실천화 전략과 발전적인 구체적 프로그램은 거의 제시해주지 못하는 거니?' 과연 다양한 합리성들이 실질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그러한 통일적 형식이나 규칙을 만들어내거나 발견할 수 있을까?
둘 내지 서너개의 합리성들이 연결될 수 있는 특수한 조건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먼저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다음 그러한 구체적이고 특수한 정리들로부터 힌트를 얻어 상상력을 보탠 후에야 비로소 위와 같은 보편 정리를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철학자들은 수학자들이 마침내 20세기 후반에 증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은 위대한 정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는지 그 작업 방식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